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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인생 최악의 인터뷰를 경험함


그렇게 하루하루 큰 생각 없이 회사에 다니던 중, 한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탄탄한 패션 브랜드 'F사'의 오퍼,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포지션이고 주니어 급이었다.

나를 그들에게 팔아야 하는 헤드헌터는 아주 열심히 설명을 해줬고, 왜 내가 fit한 인재일지에 대해 청산유수였다.


해외 출장도 많이 가고, 무엇보다 정규직이라기에 (계약직만 두번 하면서 정규직에 대한 열망이 커졌었다) 나의 대답은 당연히,



네 해볼께요.


빠르게 1차 면접이 잡혔고, 그것에 맞춰 반차를 썼다.

강동구 천호에 있는 회사에 일찍 도착해, 주위를 배회했다 (대면 면접을 볼 때 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1층에 로비에 도착했다고 헤드헌터에게 알렸다, 그는 마지막 팁이라면서 한 마디를 던졌다.



오늘 면접관 세분이 계실 텐데, 그중 인사팀 한 분이 압박면접 하실꺼에요


난 그때까지 대놓고 '압박 면접'이라고 본인들이 먼저 이야기하는 면접을 본 적이 없었다 - 솔직히 그런 걸 왜 하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 그냥 서로를 알아보는 자리에서 인위적으로 압박을 한다고?


일단 알겠다고 하고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아직 코로나 시절이라 마스크를 쓰고 진행됐고, 면접관들과 나의 거리가 매우 멀었다.


그 후 40분은 내 인생 최악의 면접 경험이었다.

압박 면접이라는 워딩 뒤에 숨은 무례함의 연속이었다.



"지금 회사에서 정규직 못할 거 같으니까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지금 말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데요?"

"그냥 다 변명 아니에요?"


이런 것들이 사람을 채용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작정하고 사람 하나 조지기 위해 작정한 노련한 인사팀 아저씨의 무례함 폭탄에 여유 있게 대처 하기 어려웠고, 전체적인 면접이 꼬여 버렸다.


다 끝난 후, 헤드헌터에게 전화를 걸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라고 말했고, 그는 무안하게 웃었다.

결과는 1차 탈락, 하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모든 구직자들은 면접장을 나가는 동시에 잠재적인 고객들이 된다, 나는 그 이후 F사 제품을 구매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할 일 없다.

제발 존중을 가져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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