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곰돌이 Feb 08. 2024

세 명의 인문학 스승:강신주, 김진영 그리고 신형철

책과 글을 통해 여러 훌륭한 지적 스승을 만났다. 마르크스, 벤야민, 사르트르 같은 역사속 거인들을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행복하려면, 그들의 원저작을 읽어야하지만 난이도 높은 문턱에 좌절할 때가 있다. 평생을 마르크스주의자로 살기로 다짐했지만, 마르크스의 원저작은 '선언'과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뿐이다. 헤겔의 이해, 더나아가 데카르트와 칸트의 3대 비판서에 대한 이해, 경제학 및 당시 사회주의 운동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의 원저작을 읽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캘리니코스, 하먼, 몰리뉴 같은 빼어난 저술가들의 해설서를 참고하는 편이다. 이들은 일반통행로에 놓여진 스승들이다.

 마르크스주의 저작의 해설은 이 셋의 저서들을 참고한다면, 마르크스를 포함한 광범위한 인문학적 지식에도 스승이 있다.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멜랑꼴리커 '김진영', 문학평론가 '신형철'이다. 대중에게 인문학의 길을 안내해주는 훌륭한 사도들이다. 이들의 모든 저작을 읽지도 않았고, 글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일반통행적-책, 칼럼, 동영상-가르침으로 나를 인문학의 길로, 특히 인문 좌파의 길로 이끌어준 것은 분명하다. 그들에 대해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1.인문투사, 강신주
추천도서:《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다상담》,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일 것이다. 책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과 메이저 언론 칼럼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보통 대중매체에서는 '거리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과 자유의 인문학자로 부르는 것이 적절할 듯 싶다. 그는 단지 인문학을ㅈ끄적이는 작가가 아니다.  자기계발서 따위로 인문학을 격하시키려는 거대 권력에 맞서, 자유와 사랑의 가치로 인문학을 지키는 인문 투사다. 그의 근간 에세이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에서는 아나키한 급진적 공산주의자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유물론적 분석에는 아쉬움이 있고, 특히 레닌과 트로츠키를 스탈린과 구별하지 못하는 점에 아쉽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인문 투사이며, 사상자체는 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당당한  급진 좌파다. 물론, 대다수의 인문좌파처럼 실천에서는 아쉽다.

2.한국의 롤랑 바르트, 김진영
:《전복적 소설 읽기》, 《상처로 숨쉬는 법》, 《아침의 피아노》, 《조용한 날들의 기록》, 《구원은 과거로부터 온다》
 프랑스에 롤랑 바르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진영 선생님이 계신다. 독일 프랑크프루트대학에서 비판이론에 대한 박사학위를 딴 '전문가'이자 '지식인'이다. 특히 아도르노와 벤야민에 대한 전문가로, 강의록을 바탕으로 한 두 권의 해설서를 통해 이 둘의 매력적인 사상과 조우할 수 있었다. 몰락과 구원 속 사랑의 이름을 부르는 멜랑꼴리커로, 글과 강연을 통해 인문학자로 존재한다. 특히 그의 글은 산문임에도 시적 꿈을 잔뜩 꾸고 있다. 《아침의 피아노》가 대표적인데, 아포리즘적 형태의 텍스트들에는 깊은 철학적 통찰과 배경 지식이 느껴진다. 강의에서도 철학자의 품격과 휴머니스트 주체로서 애정이 느껴진다.

3.감성 좌파,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인생의 역사》, 《느낌의 공동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1세기 한국 문학 비평사에 가장손꼽히는 명작이 있다면 신형철 평론가의 《몰락의 에티카》를 뽑을 수 있겠다. '몰락의 에티카'로서의 문학과 문학평론, 시와 소설의 역할을 정립한 서문 및 작품 분석은 김현 선생님을 떠오르게 한다. 단지 신형철 평론가는 문학 뿐 아니라, 현실 문제도 직시한다. 발터 벤야민이 말하는 문학투쟁의 전략가이자, 현실 사회의 감성 좌파로 의견을 낸다. 《느낌의 공동체》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현실 문제에 인문 좌파로 글을 쓰는데, 문장이 단조로우면서도 농도가 높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시의 울림을 주는 글들에서 김현 선생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의 오르페우스, 유재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