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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Feb 11. 2024

시란 언어의 바벨탑이다

숲으로 된 성벽

 

 저녁 노을이 지면

신(神)들의 상점(商店)엔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성(城)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사원(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성(城)

 

어느 골동품 상인(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성(城)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




 시는 언어로 바벨탑을 쌓는 것이다. 인간에게 주워진 초라한 기표들을 조립해 신의 세계로 무한히 뻗어나가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욕망은 재난을 불러일으킨다고 봤다. 이는 반은 맞는 말이다. 인간의 물질적 욕망은 폐허를 낳는다. 그러나 글로 표출된 욕망은 폐허를 낫지 않는다. 시적 상상력은 신에 도전하여 인간의 해방을 쟁취하려는 프로메테우스적 사유다. 하이데거처럼 인간의 언어가 세계의 경이로움을 담아내기 어려울지라도, 시인은 도전해야 한다. 신에 범접하는 재조립으로 창공을 찌르는 바벨탑을 건설해야 한다.


그리하여 태초에 프로메테우스 정신은 양분되었다고 생각한다. 디스토파아를 유토피아로 변혁시키려는 혁명가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헤레로토피아를 꿈꾸는 시인, 그리고 나는 그 사이를 변증법적으로 부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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