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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Feb 16. 2024

도시의 숲을 푸르게 하는 사랑의 이름, <중경삼림>

왕가위 특별전을 통해 리마스터링 개봉하는 <중경삼림>을 봤다. MZ세대이나 나름 이소룡, 성룡 그리고 주윤발로 이어지는 홍콩 스타 배우들의 영화들을 추척해 온 나에게 익숙한 홍콩 영화이나, 어디까지나 남성중심적 서사 및 액션/느와르에 국한된 작품들을 봐왔기에 홍콩 멜로/로맨스 영화는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홍콩은 서방 제국주의가 낳은 동서양이 혼재한 이국적인 도시다. 중화 문명 속 피어난 영어권 ㅇ문명은 홍콩을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인 중경은 충킹멘션에서 따왔고, 삼림은 충킹맨션과 그 주변의 빌딩숲을 의미한다. 감독에 의하면 충킹맨션은 아주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곳이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얽혀 있는 미시적인 세계라서 도시의 메타포로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 회색 숲에서 푸르름을 가져다는 것은 청춘들의 사랑이다.

1부에서는 유통기한5월 1일로 이어지는 두 남녀의 만남과 해방을 다룬다. 둘은 호텔에서 하루를 보낸뒤, 코드네임 223 하지무는 떠나간 연인을 추억하며,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다"라고 말하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이후 조깅을  슬픔을 승화시켜 해방된다. 금발 여성은 자신의 보스에베 복수를 하며 해방된다.

2부에서는 실연한 또 다른 경찰 633과 이를 도와주는 페이의 이야기이다. 광적 증상을 보이던 633을 두고 페이가 몰래 그의 집에 들어와 청소를 해줬고, 그 과정에서 실연을 극복한다.  페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나 거절한 듯 1년 후 돌아와 재회하며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 역시 알랭 바디우의 <사랑예찬>으로 풀어진다. 바디우에게 사랑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다. 둘이 하나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둘이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는 황홀한 아우라를 띠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사랑할 때 비로소 인간 동물에서 인간이 된다. 1부에서 승화된 사랑이었지만 2부에서는 재회하며 사랑이 이뤄진다. 둘이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되었기에, 영화는 임무를 마치며 끝난다. 잿빛 속 푸르름, 너무나도 자본주의적 소외와 중국 반환이라는 시대적 우울이 회색일지라도 사랑이 있는한 푸르다. 인생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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