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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Mar 01. 2024

<사람들이 버린 시간>, 시인은 시간을 거꾸로 흐른다

사람들이 버린 시간 속에 산다

담요로 무릎을 덮고

강 쪽으로 앉아 시를 읽는다

지붕에는 눈이 쌓이고

눈을 안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이 되어

- 김용택 시 ‘사람들이 버린 시간’


 시인의 시간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끊임 없이 변하는 세계에서, 일직선으로, 누구나 동일한 시간을 갖지만 시인의 시간은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시인은 변증법적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학적, 형이상학적인 존재이다. 가령 지붕에 눈이 쌓이는 일상의 시간은, 시인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열리고 닫히는 탄생과 종말이라는 우주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런 시간의 확장을 여는데 핵심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동력은 시적 상상력이다. 이제는 한국시에 정점 오른 시인, 김용택은 간결한 언어로 깊은 상상력을 만들어낸다. 가라앉는 돌이 되어, 시간을 거스르며 시를 읽는 단순한 풍경에서 시인의 그동안 세월들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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