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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Mar 07. 2024

정확하게, 더욱 정확하게: 산문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평론가의 영화 산문,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신형철은 가장 먼저 몰락한 문학의 장르인 문학 비평 분야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췄다고 보이는데, 그 이유는 늘 ‘사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비평집 <몰락의 에티카>에서부터 그의 비평은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고, 늘 아름다움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었다.  특히 김행숙 시인의 평론가 ‘시뮬라크르를 사랑해’에서 사랑하는 너의 느낌을 알려고 한다. 그런 그의 시도는 첫 산문집인 <느낌의 공동체>에서 구체화되었다. 문학, 그보다 넓은 범주인 예술, 예술에 영감을 주는 사회 현실을 주무르며 사랑을 다룬다. 그다음에 출간된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영화의 층위에서 사랑을 정확하게 말하기를 실험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을 읽지 않았다. 사실 인생 책이라 뽑을 수 있는 <몰락의 에티카>도 그런데, 평론집에 실린 모든 작품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급된 작품을 찾아보거나, 일부만 읽으려 해도, 비평 꿈나무의 내가 그의 글들을 전부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에센스들을 읽었기에 과감히 읽었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건방지게 ‘인생책’이라고 말한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역시 모든 글을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과감히 ‘읽었다’고 선언한다. 그의 서문이 말하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문학 평론가가 쓴 영화 비평, 그의 분류에 따르면 영화 산문 정도로 볼 수 있는 글들은 향기롭다. 기형도의 <그 집 앞>과 <빈집>에 빙의해, 사랑을 말한다. “나는 사랑을 오해했고, 사랑을 이해하고 있다고 오해했네. 그 책을 읽고 나는 썻네. 두 가지 의미에서 썻네. 그간의 시행착오들이 아파서 입속이 썼고, 내 사랑을 해부해보고 싶어 무언가를 썻네. 그렇게 쓴 것들이 영화가 되었네. 아마도 나는 뒤늦게 용서를 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네.”라고. 확실히 문학과 영화를 연결하여 비평한다. 전문적인 영화 비평은 아니지만, 이질적이기보다 시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그는 영화를 다양한 층위에서 접근한다. 설국열차를 마르크스, 프로이트, 벤야민으로 해부하고, 로맨스 영화를 알랭드 보통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특히 ‘정중한’ 비평가라면 누구나 그렇지만, 로맨스 영화에 접근할 때 소수자에 대한 당연한 고려를 무시하지 않는다. <로렌스 애니웨이>나, <가장 따듯한 색, 블루>를 이야기할 때도, 흔히들 저지르는 오류인 ‘보편적인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별히 그가 아주 전복적인 영화 비평을 하지 않지만, 섬세하고 조심스러우며, 무엇보다 정확하게 말하려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안 본 사람도, 그런 섬세함에 흘러 자연스럽게 신형철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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