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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Mar 12. 2024

버틀러, 젠더를 전복하는 웃음짓기

버틀러, 젠더를 전복하는 웃음짓기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조현준 지음, 커뮤니케이션이론총서


평범한 대중들, 그리고 그 집단에 속해 있는 나에게 버틀러 이름을 EBS 위대한 수업 논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기독교 우파들의 총공세에 맞서 소중한 방송을 방영해준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매 방한 일정마다 저질 공격에 시달리는 버틀러에게 연대 지지를 보낸다. 사실 그녀의 저서를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워낙 어렵다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이기도 하고, 푸코, 데리다, 들뢰즈로 이어지는 포스트구조주의 및 보부아르나 이뤼가래 등 주요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을 알지 못 하기에 미뤄왔다. 그럼에도 현대 철학을 배우는 이에게 버틀러는 중요하고, 특히 퀴어와 소수자성이 강조되는 문학 평론에서 버틀러는 필수라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읽을 생각이 없다가 박상수 평론가의 비평집 《너의 수만 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를 읽던 중

<새로운 문학적 재현의 윤리를 위하여-애도와 멜랑콜리, 그리고 ‘오염의 정치’>에서 버틀러의 애도 개념에 매혹되어 버틀러의 해설서를 읽게 되었다.


이전에도 EBS위대한 수업 및 여러 개론서를 통해 그녀의 젠더 이론 자체에 대해 대략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명저  《젠더 트러블》을 중점적으로 풀어낸 이 해설서는 젠더 통념의 허구성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더 나아가 기존 통념에 전복하도록 요구한다. 그녀는 젠더 규정 자체가 트러블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회학적 성 Gender와 생물학적 성 Sex가 다르다는 기존 보부아르의 페미니즘보다도 훨씬 급진적이다. 그러면서 근거로 양성인간의 사례(선천적-후천적)를 들어 기존 권력 뿐 아니라, 남/녀라는 이항대립적 젠더 개념 자체가 폭력이라고 고찰한다. 그런 점에서 성별에 포스트모더니즘 사조의 핵심인 '해체주의'를 적용해 전복적 해체를 수행한 것 같다. 모든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급진성은 진보적 성격을 띄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성별 개념의 전복이 성적인 억압과 차별받는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버틀러의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는 애도에 대한 개념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애도 개념, 들뢰즈의 애도 개념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애도를 상실의 흔적이 남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개념은 젠더 주체가 형성되는 개념으로도 이어가는데, 버틀러는 젠더 주체가 형성되는 메커니즘으로 우울증을 말한다. 금지되거나 배제된  사랑의 대상이나 성적 경향이, 완전히 금지되지도 배제되지도 못한 사랑 때문에 주체를 구성하는 방식이 우울증적인 젠더 구성 방식으로 제시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젠더화한 자아는 근친상간의 금기 이전에 원천적으로 봉쇄된 동성애의 배제에 입각하며, 배제된 동성애는 완전히 배제되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부정이 부정도어 '이중부정'의 방식으로 주체의 내부에 이미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성 안에 여성이 있고, 여성 안에 남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이성애가 동성애를 이중부정의 방식으로 선취하고 있다면 남성 우월론도, 이성애 토대주의도 이미 불가능하다. 특히 우을증적인 몸이 완전히 애도하지 못해 안고 있는 것은 동성 부모에 대한, 금지 이전에 아예 배제된 사랑이다. 남아는 어머니에 대한 근친상간적 사랑에 앞서, 아버지에 대한 동성애적 사랑을 갖는데, 이 사랑이 사랑으로 인정조차 되지 않고 인식조차 되지 않아서 남자 아이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이 지점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포스트구조주의적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결국 젠더라는 구분 자체가 트러블이라고 말하며, 푸코의  패러디적 웃음 개념을 빌려와 전복을 시도한다.  

 이 '트러블'이라는 그녀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무의시적으로 갖고 있던 기존 통념을 전복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사유를 배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버틀러의 젠더 이론은 흥미 차원을 넘어 급진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매력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에 대한 공부를 선행한 후, 그녀의 원저작을 읽어야겠다.


2024.3.11

(3월 첫째 주,경의선 지하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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