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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Aug 07. 2023

발터 벤야민 <일반통행로> 서평

-'어른' 벤야민을 만들어 준 책

발터 벤야민 일반통행로

-‘어른’ 벤야민을 만들어 준 책     

 인간은 살면서 한 번은 결정적인 순간을 겪는다. 그런 내적인 혁명의 과정에서 성공하면 어른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아이로 남게 된다. 강신주 박사는 벤야민 내적의 결정적인 혁명을 가능케 한 책으로 <일반통행로>를 뽑았다. 그래서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은 나도 수 많은 벤야민의 선집 중, 아직은 맹아 상태로 부유하는 사유를 성숙시키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반통행로>는 벤야민의 출간된 선집 중 유일하게 비문학적인 글이고, 다른 책들과 달리세 가지 특징이 있다. 아방가르드, 아포리즘, 몽타주가 바로 그 특징들이다. 벤야민은 이 책에서 위 세 가지 특징들로 도시와 현대 문명 속을 부유하며 이에 맞설 본인들의 사유를 숙성시킨다. 아방가르드하고 선언 형식의 아포리즘의 연속,  그리고 특정 사유에 대해 연속적인 서술이 아닌 부분적으로 몽타주 형식의 서술이라 도저히 강독이 힘들다. ‘113번지’, 남자용‘ , ’독일인 여러분, 맥주를 마셔요‘처럼 문학에 대한 방대한 배경지식 없이는 접근하기 힘든 글들도 있다. 괴테, 보들레르, 그린, 파샤 등 굵직한 문호들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많다.

 따라서 이 책은 초현실주의, 아방가르드적 산문 형식에 주목하기보다 벤야민의 사유에 집중해서 읽으려고 하면 그나마 읽힌다. 그의 주요한 모티프인 ’기억‘에 중점을 맞춰 그의 사유를 부유하면서 건질 것은 건지고,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리는 듯한... 어쩌면 통독이지만 발췌독으로 읽으니 그래도 한결 건질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      


 이 책의 핵심은 자본주의, 특히 도시 속 물신주의 비판과 작가로서의 사명이다. 이 책에서 좋은 문장들, 특히 벤야민의 사유가 담긴 문장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문학이 중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실천과 글쓰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뿐이다. ”     

 “좋은 산문을 쓰는 세 단계 작업 1)산문을 작곡하는 음악의 단계 2)그것을 짓는 건축의 단계 3)마지막으로 그것을 엮는 직조의 단계”      


 “사물에서 온기가 빠져나간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이 소리 없이, 그러나 집요하게 우리를 밀쳐낸다. 독일의 봄이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은 독일의 자연이 해체되고 있는 무수한 현상 중의 하나일 뿐이다. 모든 사물은 서로 섞이고 혼탁해지는 부단한 과정 속에서 그 본성을 잃어버리게 되어, 고유한 것 대신에 이중적인 것이 그 안에 자리를 잡게 된다. 도시도 그렇다”      


“몸이 굳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물건들의 냉기를 우리들의 온기로 완화시켜야 하고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가시 돋친 물건들을 아주 숙련된 솜씨로 다뤄야 한다. "


”적어도 한 번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혼자 외따로 있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우선 스스로 관찰하고 즐겨본 연후에야 비로소 사랑하는 여인에게 가서 사랑을 고백한다“    

  

 철학서도, 그렇다고 에서이도, 시집도 아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사유에서 깨진 파편의 조각들을 손에 쥔 체 벤야민과 함께 그토록 잔인했던 도시의 기억들을 찾아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그가 도시에서 느낀 사랑과 소외... 그리고 작가로서의 사명감은 모더니즘이라고 불렸던 당시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은어로 지칭되는 현재도 유효한 듯 싶다.  

   

 아직 같이 출간된 <사유이미지>는 읽지 못했지만 하루 빨리 벤야민의 사유를 손안에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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