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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Sep 09. 2023

자기개발 비판:썩은 우물 안 개구리 뜀박질

야만적 체제에서 정상에 서기 위한 지랄발광

1. 반인문학적 자기 계발서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볼 때마다 역겨움이 솟구친다. 사랑과 자유에 대해 헌사하는 인문학 고전과 이를 풀어주는 개론서는 줄어들고, 성공을 울부짖는 자기 계발서가 범람하고 있다. 모든 자기 계발서가 무의미하고, 폐기 처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계발서가 범람하는 시대에, 다수의 자기 계발서가 물화를 부추기고, 소외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은 명백하다. 기본적으로 자기 계발서는 이런 점에서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인문학의 안티 테제이다.  


2.자기개발에 대한 정의

 물론 자기개발서라는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 작가 본인이 자기개발서라고 하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그 유사한 성격을 가지면 자기개발서로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개발서, 혹은 자기계발서라고 분류되는 책에 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자기개발(自己開發)'은 "자기에 대한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냄. 또는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이란 뜻이고, '자기계발(自己啓發)'은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움"이란 뜻이다. 그래서 자기개발은 자기계발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자기계발이 '유(有)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만 있다면, 자기개발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까지 있는 것이다.


 물론 사전적 정의는 이렇게 정리되었을 뿐, 대중들 사이에서 자기개발로 지칭되는 용어는 '성공학'으로 치부된다. 조금 더 풀자면 개인의 근면성실, 노력, 의지를 통해 '성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이란 불로소득을 통한 '경제적 자유', 지극히도 부르주아적인 '명예'나 종교적,관념론적인 '개인의 구원'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기개발서로 지칭되는 서적들은 (사이비도 뒤섞인)심리학, 처세술, 인간관계론, 재테크 등등 다양한 편이다. 그렇지만 자기개발서가 말하는 주제는 크게 통한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자기개발서의 특징이다. 그래서 '구원'받기 위한 방벙론이 자기 계발서의 공통점이다.


  자기개발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의지주의적 성공론이다. 미라클 모닝, 매일15분씩~ 하기, 누구처럼 ~하기와 같은데,기본적으로 사고의 토대가 의지주의에 있다. 자기 계발 베스트셀러로 제국주의 전범 《헨리 키신저의 리더십 》과 악랄한 부르주아인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베스트에 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번째 부류는 재테크이다. 주식, 비트코인, 선물거래, 부동산 등 돈이 되는 모든 것들을 불로소득의 목적을 위해 거래한다. 


3.자 계발서 비판

 모든 자기 계발서 쓸 모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심리학이나 좋은 습관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하려는 사람들도 받아들인다면 유용할 수 있다. 위대한 러시아 혁명가 레닌도 사실 자기 계발적인 사람이다. 소식, 꾸준한 운동, 금주-금연을 하는 면을 보면, 사실 전형적으로 자기 계발서가 예찬할 만한 위인상이다. 레닌과 같이 절제하고 금욕적인 생활은 분명 사회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자기 계발서의 목적은 계급과 인류의 해방이 아닌 개인만의 해방이다.  그래서 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자본에 대한 헌사가 밑바탕이 되어 부르주아가 되어 노동자 착취를 하라고 하거나, 아니면 노동자로 살아가더라도 '모든 것에 감사하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한다. 쉽게 말해 타인을 착취하거나 재테크를 통한 불로소득을 통해 구원받거나 아니면 관념론적으로 마음가짐을 바로해 구원받으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자기 계발서에 대한 주된 비판이다. 자기 계발서는 자본주의의 총체성을 인식하지도 못한 체로, 끊임 없이 (자유라고 외쳐되지만 실상은)구원만을 외쳐된다. 이는 사이비 혹은 교조적인 종교와 다름 없다.


자기 계발서는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악랄한 부르주아-정치인을 향한 찬양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 베스트셀러로 제국주의 전범 《헨리 키신저의 리더십 》과 악랄한 부르주아인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베스트에 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기 계발서의 또 다른 문제는 노동의 가치를 격하시킨다는 점이다. 재테크를 통한 불로소득은 자본주의의 심각한 질병이다. 오직 가치는 노동에 의해 규정되지만, 불로소득은 노동가치를 초월한다. 재테크는 노동하는 존재인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공격이다. 재테크로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실존 방식의 위협하며 누리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 특히 노동자들이 경제적 자유를 염원하는 심정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사회가 노후에 대한 보장을 확실히 하게 해주지 않고 개인에게 떠넘기는 시대에서, 노동으로부터 매일 소외되어 괴로워지는 시대에서, 재테크 열풍은 어쩌면 당연하다. 재테크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지라도, 불로 소득을 위해 존재하는 재테크류의 자기 계발서는 자본주의 병폐인 소외와 물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결론적으로 자기 계발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다' 파우스트의 인간찬가의 아류에 불과하고, 여기다가 자본주의적 성공방식을 결합했다. 제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자기 계발서가 읽히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지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그것은 썩은 우물 안에서, 조금 이라도 높게 뛰기 위한 개구리 뜀박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해방되고 싶은 사람은

날기 위한 비행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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