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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Sep 10. 2023

타인은 지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의식과 앙가주망을 통한 타자화 해소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명언이다. 상당히 염세적으로 느껴지는 이 대사는 프랑스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를 대표하는 희곡 <닫힌방> 에 나온다. 어딘가 모르는 곳에 떨어진 체로, 서로 다른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을 두고 외친 주인공 가르셍은 타인을 지옥이라 칭한다.  이를 두고 철학자로서 사르트르는 '타자화'라고 말한다. 타자화란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르다고 간주해 나와 다른 타자로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는 타자화의 체제이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급의식은 포기한 체 동료를 타자로 칭한다. 즉, 자본주의는 노동자들끼리 타인을 또 다른 나로 여기지 않고 적대시 여기게 한다. 외모, 성별, 성적 취향, 나이, 지역별 등등 다양한 기준으로 나누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비하거나, 더 나아가 혐오한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진정한 의미

사르트르의 대표작에서 언급된 개념이라, 타자를 지옥이라고만 오해해서는 안된다. 사르트르 역시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강의와 이를 담은 책에서 지적했듯, 염세적-반휴머니즘으로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대자적, 즉자적 존재인 인간에게 타인이 지옥일지라도  앙가주망을 통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타인은 지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가주망하여 벗어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앙가주망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는 곳-마치 단테의 <신곡>에서 결국에는 빠져나올 수 있는 '연옥'에 가깝다. 다만, 삶에서 행한 죄의 30배를 겪어야 빠져나올 수 있는 '연옥'과 달리, 앙가주망을 통해 같은 집단 의식을 느끼면 쉽게 빠져 나올수 있다.


앙가주망

 사르트르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앙가주망'을 한국어로 하자면, 사회 참여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특히 그의 후기 저서에 갈 수록 앙가주망의 개념이 중요해지는데, 《변증법적 이성비판》에서는 자신이 지향하는 집단과 앙가주망하면서 동일화를 느낌으로써 타자화를 극복할 것을 말한다. 특히 실천적 마르크스주의자인 그에게 있어, 앙가주망 대상은 노동계급이다. 그는 앙가주망을 통해 본질이 주어지지 않는 실존적인 삶을 살았다. 이것이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실존주의자로서 사르트르의 인생론이다.


계급의식

 앞에서 언급했듯 타자화를 양산해내는 자본주의에게 맞설 수 있는 의식은 계급의식이다. 계급의식이란 어느 계급의 구성원이 계급에 소속함으로써 갖는 사회의식을 의미하는데, 루카치는 계급투쟁을 통해 대립할 때 계급의식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물화시키는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에게 계급의식은 물화에 저편에 서있는 숭고한 의식이다. 계급투쟁을 통해 대립함으로써, 노동계급은 스스로 계급의식을 자각할 수 있다. 이때 즉자적 계급에서 대자적 계급으로 비로소 의식이  '진화'할 수 있다.


혁명가들에게 계급의식

 타자화를 극복하기 위한 테제는 앙가주망을 통한 계급의식 확보이다. 자본주의 속 물화가 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지옥이 따로 없다. 성차별적 언행, 상품 물신주의, 혐오가 넘치는 대혐오의 지옥에서, 이에 동조하는 타인들은 지옥일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계급이다. 물화가 된 천박한 사람일지라도, 계급의식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서러운 날을  참고 견디며 앙가주망한다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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