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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Aug 19. 2024

비평가의 시선으로 본 사물의 인문학, <사물의 철학>

 나를 매료시키는 글은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국문학의 매혹을 가진 글이다. 김훈처럼 한문학의 미를 담은 글들, 이문열처럼 문장의 정점에서 있는 글들이 그렇다. 또 다른 글은 존재의 근원을 통찰하는 마력적 사유의 글이다. 롤랑 바르트와 발터 벤야민의 글이 이 계보에 속한다. 번역을 거쳐도 사유는 살아있기에 진정으로 매료되는 마력의 글은 후자인데, 함돈균의 《사물의 철학》은 한국어로 쓰였으면서도 마력적 사유를 느낄 수 있다.

저자인 함돈균은 문학평론가로, 작가 소개에 써진 국문학자가 되기보다는 '인문학자'가 되고 싶었다는 말이 인상 깊다. 확실히 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문학에 국한되기 보다 인문종합 정신을 구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강신주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학문을 초월한 인문정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인문학 스승으로 여기고 싶다. 강신주는 철학자의 시선에서 문학을 들여다본다면, 함돈균은 문학자의 섬세한 시선으로 철학을 풀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체로 봤을 때는 비평가중에서 비교적 쉬운 글쓰기 방식을 쓴다. 현란한 수사나, 어려운 개념을 남발하기보다 담백하고 간결한 글을 쓴다. 사실 비평집보다는 인문학개론서에 가까운 산문이다. 그래서 산문으로 기교를 부르는 목적보다는 대중들에게 인문학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데 있어서 최적화된 문체와 구성 역시 돋보인다.

 전체적인 책의 구성은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그 책은 자본주의적 병폐를 분석하기 위해 초기 파리로 돌아가 그 당시 사물들을 분석한 벤야민의 역작인데, 사유를 깊이에 한 번, 책의 목적에 한 번 감격한 책이다. 이 책 역시 사유의 깊이에, 그것도 역사로 존재하는 사물이 아닌 일상의 사물의 깊이를 탐색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사물의 철학>은 인문학 개론서인만큼, 대중의 계몽과 혁명이라는 정치적 목적성을 띈 벤야민 글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보들레르, 니체, 보르헤스, 프로이트, 장자 등 동서양 사상가들을 자유롭게 소환하며 사물에 대한 존재 방식과 특성을 탐구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분명 이  글은 단지 일차원적 사고에 머물러있던 대중들에게 훌륭한 책으로 읽혀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물의  진리를 산문으로 풀어내는 함돈균의 <사물의 철학>은 문체와 목적 모두 감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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