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마지막 연구

김현 ,『시칠리아의 암소』, 문학과 지성사, 1992

by 꿈꾸는 곰돌이

김현, 『시칠리아의 암소』, 문학과 지성사, 2001

"철학은 철학을 부정할 때, 또는 철학에 조소를 보낼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바타이유, '에로티즘')

-책의 서문에서

공감의 평론가 김현의 생애 마지막 저작으로 알려진 『시칠리아의 암소』는 제목과 달리, 미셀 푸코에 대한 개론서이다. 제목은 김현 선생의 다른 저작인 『문학사회학』 말미에 등장한 용어로, 단테의 『 신곡』 지옥편에 등장한 그것을 가리킨다.

푸코의 생애를 요약한 글, 주요 저작 소개, 푸코의 문예비평 연구 등이 실렸다. 특히 한국에서는 사회학, 철학과 관련된 푸코의 작업이 주로 소개되는 것과 달리, 선생은 문예비평가로서 푸코를 집중한다. 제대로 된 푸코의 저작은 하나이나, 그 외 여러 단편에서 문예비평 및 그에 준하는 산문을 썻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런 관점은 미국의 영향으로 푸코를 데리다와 같이 단지 해체주의자로 설명했던 초기 푸코 연구와는 구별된 지점이다. 바슐라르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행복의 시학』)를 한 김현 선생의 시점에서, 푸코의 인식론이 바슐라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물론, 아직 푸코의 실제 원저를 읽어본 적 없는 내가 얼마나 이 책을 흡수했는지 모르겠다. 프랑스 현대 철학에 대한 이해 역시 아직 부족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입문서는 아니지만 책 앞쪽에 실린 푸코의 생애와 주요 저작을 요약한 부분은 철학에 다소 무지한 내게도 유용하게 읽혔다.

김현 선생과 푸코 모든 비슷하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는데, 두 분 다 사무치게 그립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비평을 연구한 선생에게 자연스레 경외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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