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장정일의 독서일기1 』, 범우사, 1994
한국 사회에서 손에 꼽을 만한 애서광중 한 명은 소설가 장정일이다. 휘양찬란한 학위나 사회운동가, 기자 등 다채로운 경험 한 다른 소설가들과 달리, 오직 책을 통해 한국 소설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 서평이 아닌, 독서일기다. 장정일 작가는 90년대부터 쓰여져 2025년 현재도 여러 매체에 독서일기를 기고하고 있다. 독서일기란 말그대로 본인의 독서편력기이다. 김현 선생의 독서 편력기라 할 수 있는『행복한 책읽기』가 대표적인데,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워 오히려 작성자의 사유의 밤하늘을 보는 것 같다. 『장정일의 독서일기1』도 예리한 비평부터 아주 짤막한 아포리즘 형식의 단문, 그리고 독후감에 가까운 글까지 다양하다. 1993.1-1994.10 까지 쓰인 글이다. 저널리즘부터 인문학적 사유가 담긴 글까지, 다채로운 형식의 글로 자신의 독서 편력기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읽지 않는 책은 이 세상에 독서하지 않는 책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독서론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마저 이 세상의 것이라 보지 않는다. 93년~94년 사이 써진 이 책은 말 그대로 거의 매일 적은 독서를 비롯한 독서 일기이다. 거의 매일 한 권의 책을 읽는 어마어마한 양, 때로는 더 많이 읽거나 글을 쓰거나 영화를 본 내용도 있다. 보통 시대와 맞는 90년대 초에 나온 소설 위주라 안 읽은 작품을 훑어본 듯 읽었다. 저명한 소설가의 필력에 영향을 미친 것은 딱딱한 교과서나 잡다한 경험이 아닌 오직 군내나는 독서 편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절반 가까이 들어본 적도 없는 작품들, 9할 가까이 읽어본 적 없는 작품들이 많아 훑어 읽는 것 이상 진지하게 읽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옹호처럼 당시 시대가 담긴 글은 유의미했다.
움베르트 에코, 롤랑 바르트, 버즈니아 울프, 마광수 고전 및 당대를 아우르던 해외 및 한국의 작가들의 소설 및 에세이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이야기와 영화 이야기도 인상 깊다. 영화평보다는 영화 감상문에 가깝지만, 소설가의 시선에서 쓰인 그의 영화평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무엇인가를 미치게 쓰고 싶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행위는 역시나 독서임을 다시금 새길 수 있었다. 다른 해에 적힌 독서일기도 있지만, 더는 읽지는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