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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폭도는 온몸을 던져 돌격한다, 단지 그뿐이다.

by 꿈꾸는 곰돌이

일곱 번째 나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할 때

조심스레 갈고 갈아온 이 칼을 뽑아드노라

저주받은 자의 애닯은 혁명이로다

광풍 속으로 달려들 때 비명 속에 나뒹구는

저 원수의 주검을 보리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피를 흘리게 하라

성난 이빨을 드러내어라 피를 흘리게 하라

절절 끓는 젊은 피가 거꾸로 솟을 적에

푸르게 날이 선 칼 끝에는 검광이 빛난다

그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세상을 뒤집어엎을 날을

그날 밤은 바로 오늘 밤 영광 아니면 죽음뿐이다

아 그날이 언제이더냐 이를 갈며 기다린 날이

아 드디어 때는 왔노라 이 검을 휘두를 날이

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 라 라라라 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라라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 그 누구라더냐

저 철옹성을 쳐부수고저 힘차게 맹진하노라

짓밟힌 자들의 처절한 복수리로다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설 때 화염 속에 불타오르는

저 철옹성의 끝을 보리라

아 우리는 자랑스런 대한국의 청년폭도

힘차게 맹진하며 골로 가는 청춘이다

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 라 라라라 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라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피를 흘리게 하라

성난 이빨을 드러내어라 피를 흘리게 하라


20세기 한국 대중가요사에 가장 인상 깊은 행진곡은 들국화의 <행진>이었다면, 21세기에는 노브레인의 <청년폭도맹진가>가 있다. 일명 '조선 펑크'로 불리는 한국형 펑크 록의 정점에 오른 이 곡은 90년도 어두웠던 IMF의 폐허에서 신나게 돌격하고 있다. 앞서 가기 위해 전력으로 달리는 질주가 아니라,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돌격에 가깝다.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은 김수영 시인의 시론 <시여, 침을 뱉어라>에 나온 구절이다. 그 말이 무엇인지 풀이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음으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눈덩이처럼 온 몸을 전력으로 데굴데굴 굴리라는 것이다. 이것을 줄여 '돌격'이라고 나는 말하는데, 한국 가요중에서 민중가요로 분류되는 노래들을 제외하면 가장 돌격성이 돋보인다. (물론, '온몸의 시학'은 정지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아니, 민주화 이후 탈운동권들의 민중가요라고 할까. 민중가요가 민족주의, 민중주의, 노동자주의를 띠었다면, 조선폭도맹진가는 아나키즘에 가깝다. '자랑스러운 대한국'이라는 말은 풍자적 요소가 있는데, 피 끓는 청춘에게는 딱히 자랑스럽지는 않은 듯 하다. 그래서 민국이 아니라, 대한국이라고 칭한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라며 청춘들은 소외된 한국의 주류 기득권에 반발한 아웃사이드의 분노와 유쾌를 담은 행진곡이다. 학생운동권이 질서정연하게 배너를 들고 팔뚝질과 구호를 하며 행진하기보다는 그냥 막무가내로 돌격한다. 이것이야로 아나키즘의 정신과 유사하다. 신도, 주인고, 국가도 없는 아나키즘의 영혼을 음악으로 표현한 노브레인의 출사표이다. 칼을 뽑아 혁명을 외치며 원수들의 주검을 이야기하고 성난 이빨을 드러내어라 피를 흘리게 하겠다고 선언한다. 억압에 즉각적으로 분노하는 가장 청춘스러운 돌격곡이다.


절절 끓는 젊은 피가 거꾸로 솟을 적에

절절 끓는 젊은 피가 거꾸로 솟을 적에


이 노래를 지배하는 하나의 질료적 이미지는 바로 불의 이미지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4원소설을 정신활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이를 시학의 영역에 올린 가스통 바슐라르에 따르면, 인간의 상상계를 이루는 네 가지 질료적 이미지는 물, 불, 흙, 바람인데 그중 불의 이미지는 노브레인과 이 노래를 너무나 불에 적합하다. 가스통 바슐라르가 그의 첫 시학서인 <불의 정신분석>에서 분석한 불의 네 가지 성질로 오이디푸스콤플렉슻처럼 윗 사람에게 반항하고 싶어하는 충돌인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 원초적 마찰에 대한 욕망인 노발리스 콤플렉스, 불과 다른 요소의 결합을 갈망하는 호프만 콤프렉스를 든다. 노브레인의 <청년폭도맹진가>는 이중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가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 그 누구라더냐/저 철옹성을 쳐부수고저 힘차게 맹진하노라"라고 하며 청춘의 윗 세대인 기득권 세대에게 온몸으으로 돌격한다. 설령, 그 최후가 프로메테우스처럼 끔찍한 형벌에 처해질지라도 우선 돌격할 뿐이다. 다만 열기는 한 곳에 집산되지 못해 파닥이다 꺼져 결국 횃불의 화염으로 번지지 못 한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해방을 위한다면? 온몸으로 나아가되, 돌격하기보다 연대의 행진만이 화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르크스처럼 말해볼까?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억압과 피억압과의 투쟁의 역사다.
억압자들로 하여금 피억압자들의 맹진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청춘폭도가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만국의 방황하는 청춘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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