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문학

-프로메테우스류의 문학, 오르페우스류의 문학

by 꿈꾸는 곰돌이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수없이 되풀이 되는 질문에 합류하여 감히 단언해보겠다. 내게 문학이란 금기에 대한 치열한 도전이다. 온몸으로 굴러 억압하는 것에 반대하며 쾌락원칙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김현 선생의 명문을 하나 살펴보자. "문학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 현실 사회는 인간에게 현실원칙을 강요하다. 노동과 부의 축적을 미덕으로 여겨, 체제유지와 문명 발전에 헌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러나 인간은 사물이 아니다. 현실 원칙에 대한 강요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파멸시키며, 인간 존재를 소외시킨다. 그렇기에 문학이란 온몸으로 현실 원칙에 맞서야 한다.

문학에 대해 수 많은 분류가 있겠지만, 두 가지 신화적 인물을 원형으로 하여 문학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 현실원칙의 표상으로서의 문학과 쾌락원칙의 표상으로서의 문학이다.

-현실원칙의 표상으로서의 문학: 프로메테우스류

근대 소설의 문제적 개인은 본질적으로 세계와 투쟁하는 자이다. 때로 지기도, 때로 승리하기도 하나,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없는 싸움에 참전한 투사이다. 문제적 개인은 근대 문학의 표상이다. 문학은 태생적으로 자본주의적 가치와 성공을 찬양할 수 없다. 신형철이 문학을 몰락의 에티카로 본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 연장선에 있는데, 문학은 성공이 아닌 몰락의 편에 서서 싸우다 몰락한 영혼을 위한 레퀴엠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정주나 김춘수처럼 한국 시단의 거인들이 독재 정권을 찬송하기 위해 쓴 시는 시가 아니다. 그것은 비문학적 운문에 불과하다. 각의 시학으로 사회를 찌르던, 원의 시학으로 인공 낙원을 구축하든 적어도 현실이 최선이 아님으로 싸우거나, 최소 도피할 줄 알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싸우는 개인은 칭송할 만한 프로메테우스의 후예이고, 인공낙원으로 도피하는 개인은 도피함으로서 이곳이 살곳이 되지 못한다고 고발한다.

프로메테우스 문학의 대가는 리얼리스트들이다. 여기에 속한 세계 문학의 대가로는 톨스토이를, 한국 작가중에서는 황현석과 방현석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온몸으로 세계와 부딪힌다.


-쾌락원칙의 표상으로서의 문학: 오르페우스류

쾌락원칙을 말하는 문학은 현실에서 상상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과감히 말해야 한다. 금기의 대상인 성행위를 파멸적으로 보여준 사드의 <소돔의 120일>과 바타유의 <눈 이야기>는 훌륭한 문학이다. 현실의 금기를 비웃으며 전복시켰고, 인간 본성의 심연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걸작이다. 설령, 이것이 페미니스트들이 포르노그래피라고 격하하더라도, 문학은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으로 금기에 도전해야 한다. 김수영의 <성>과 <죄와벌>처럼 해로운 남성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도, 있는 그대로 솔직한 재현해야 한다. 문학은 도덕주의자가 아니다. 재현의 윤리를 위반함으로서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 문단에서도 에로티즘의 정점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와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같은 작품보다도 더욱 적나라한 방식으로 금기된 묘사에 도전해야 한다. 설령, 잡혀들어가더라도 사회를 먼저 공격해야 한다.

오르페우스 문학은 현실원칙에 구애받지 않는 시적인 문학이다. 저승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가 조금만 참으면 이승에서 에우디케라를 볼 수 있음에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돌아보며 영원히 에우디케라와 이별하게 된다. 현실 사회에서 오르페우스를 어리섞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할 지언정, 문학은 상징계의 논리를 잠시 잊고 같이 오르페우스와 같이 울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오르페우스류의 문학은 지배계급에게 용납되지 않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현실원칙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문학으로서 프로메테우스류의 문학과 쾌락 원칙을 적극적으로 갈맘함으로써 현실의 억압과 추문을 드러내는 오르페우스류의 문학이 더욱 풍요롭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학은 섹스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