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의 유해도서 지정과 건강한 비평을 위해
우파의 쪼잔함, 경기교육청의 유해도서 지정 문제
우파들의 주무기는 권력을 통한 단속, 검열, 통제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검열은 물론, 구속하기도 한다. 이는 마광수와 장정일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원래 우파들이 수십 년간 공격했던 문인은 통일 운동으로 인해 방북했다가 투옥 경험이 있는 황석영이었다. 그 외에도 이외수나 공지영 같은 친민주당 성향의 문인들이 주된 음해의 대상이었다. 한강이 공격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이후로 보인다.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문단에서는 '문학의 정치성'에 대해 논해야 할 때, '애도의 윤리, 재현의 윤리'로 탁월한 《소년이 온다》가 우파들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우파들은 '80년 5월의 광주'를 그들의 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되새기는 작품에 대해 억지 비난을 퍼붓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강은 승승장구했다.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정점에 오른 한강은 문단을 상징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소년이 온다》는 비난할 점이 없다. 적어도 '작품성'의 측면에서는.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대놓고 공격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파 정부는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우파 교육감 아래에서는 유해도서라는 핑계를 대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임태희는 이명박 정권에서 대통령 실장을 역임한 전형적인 MB 계열 인사다.)
이번 유해도서로 언급된 책들을 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의 『구의 증명』,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수 성향의 학부모 단체가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고 했으며, 이는 아마도 선정성을 핑계로 한 것 같다. 경기교육청은 이를 반박했지만, 한강이 우파의 주된 표적임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파들은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나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공격하고 싶었겠지만, 재현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교훈을 주는 소설이기에 대놓고 공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동성애 조장 등 선정성을 핑계로 《채식주의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우파들의 이러한 비이성적 공격에는 문단의 방어가 필요하다. 그들은 또다시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비열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업적에 기댄 면도 있지만, 우파들의 '수작'을 폭로하고 또 다른 박해를 받을 수 있는 문인들을 보호해야 한다.
쪼잔한 수작이 아닌 건강한 비평만이 우리를 더 높은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단지 축하하는 데 그치는 주례사식 칭찬은 반대한다. 주례사 비평이 아닌 공감의 비평이 필요하다. 이는 '나'를 정립하고 '너'를 인정하되 동일화하지 않는 자세이다. 작가의 세계를 추수적으로 찬사하는 저널리즘적 산문은 비평일 수 없다. 오직 애정을 가지고 날개를 달아 높게 솟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