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기는 인류사를 뒤덮은 대재난의 시대였다. 이 시기는 1·2차 세계대전, 대공황, 파시즘, 스탈린의 공포정치, 홀로코스트로 대표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답게, 이러한 재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 이론으로 비평한다.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 이론에서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은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교차하면서 제국주의가 형태를 갖추었고, 이는 20세기 전반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폭발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에릭 홉스봄에 의해 재난의 시대라고 불린 1914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이 시기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제국주의 간 전쟁의 시대였다. 둘째,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극심한 경제 불황이 발생했다. 셋째, 혁명과 반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1. 자본주의의 탈출구: 파시즘의 등장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탈출구'로 등장한 현상은 바로 파시즘이었다. 파시즘은 아래로부터의 반혁명으로, 반동적 유토피아라는 이데올로기를 매개로 대중운동을 결집시켰다. 이러한 파시스트 운동은 노동계급을 분쇄하고 사회를 원자화하기 위해 극단적 폭력을 동원했다. 파시즘은 대중 동원력을 바탕으로 자생했지만,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결국 지배계급의 묵인과 지원에 힘입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파시즘 정권은 위로부터의 반혁명과 아래로부터의 반혁명을 결합하면서 기존 사회 구조를 뒤흔들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러한 시기를 자본주의의 '유기적 위기'로 규정하며, 이 위기가 러시아 혁명 같은 혁명적 움직임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보존하고 재건하려는 지배계급의 노력도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람시가 이를 '수동혁명'으로 명명한 이유는,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방어하고 체제의 전복을 막으려는 자본의 대응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1920~30년대의 수동혁명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경제 개입과 노동 운동에 대한 체계적 탄압을 결합한 파시즘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그람시가 '미국주의와 포드주의'의 결합이라 명명한 새로운 경제·사회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접근법 모두 근본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갤브레이스의 말대로, "1930년대의 대공황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단지 1940년대 전시 동원 속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자본이 파괴를 통해 이윤율 하락 경향을 상쇄한 것이다. 자세한 것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 경제』를 참고할 것)
2. 제국주의의 지속과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형성
제2차 세계대전은 경쟁하는 두 제국주의 프로젝트—미국의 '기업 자유주의'와 독일·일본의 지역 패권 추구—사이에서 벌어진 글로벌 대결이었다. 전쟁의 승리자로 떠오른 미국은 기존의 '영토 제국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를 구축했다. 이는 자유무역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질서였다.
미국 기업들은 높은 노동생산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했으며,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 역할과 국방부의 군사력은 이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따라서 제국주의는 1945년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를 초강대국 제국주의(1945~1991)라 부를 수 있다.
냉전 시기의 초강대국 제국주의는 이전의 고전적 제국주의와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소련을 비롯한 스탈린주의 국가들은 국가 자본주의 체제로 분류될 수 있었다. 소련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통해 등장한 노동계급이 와해되고, 새로운 당 관료 집단이 형성돼 국가권력을 장악했다. 이 관료 집단은 내부적으로 생산수단을 통제하고, 외부로는 지정학적 경쟁을 통해 자본 축적의 동력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이 초강대국 제국주의는 1989~1991년 냉전 체제가 붕괴하고 소련과 위성국의 '현실 사회주의'(국가 자본주의)가 몰락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결론
'전체화'라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오래된 방법론으로 캘리니코스는 재난의 시대21세기를 분석하기 위해 20세기 재난의 시대를 살폈다. 제국주의는 20세기 초반부터 냉전 시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꾸며 존속해왔다. 전쟁, 경제 불황, 혁명의 시대를 거치며 파시즘과 초강대국 경쟁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던 제국주의는 단순히 전쟁과 지배의 논리가 아닌,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이러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