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랑시에르, 《프롤레타리아의 밤》, 문학동네, 2021, 안준범역
책 요약
자크 랑시에르, 《프롤레타리아의 밤》 1장 지옥의 문
랑시에르는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이 남긴 문서와 기록들을 통해, 노동과 사유의 고착된 경계선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이 시기 노동자들이 단순히 삶의 고난 속에서 해방 투쟁만을 내세우지 않고, 사유와 상상력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재구성하고자 했음을 조명한다.
1장에서는 노동자들이 경험한 고통과 지식인들의 상징적 상상력 사이의 간극을 탐구한다. 노동자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은 단순한 물리적 고난 이상으로, 지배 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을 동반했다. 특히 랑시에르는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을 이분화하는 전통적 관념을 비판하며, 이 경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유지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신성한 사유"나 "위대한 예술"로 표현되는 지식 엘리트들의 언어는 노동자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며, 이들은 그러한 언어와 질서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웠다.
랑시에르는 당시 생시몽주의 노동자들이 유토피아적 상상력에 기반한 글쓰기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해 낸 점에 주목하며, 이들이 단순히 착취의 고통을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꿈과 상상 속에서 자신들이 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 본다. 노동자들이 단지 노동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려고 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1장 “지옥의 문”은 시적, 철학적 언어의 영역에서조차 여전히 배제되어 왔던 19세기 초반 노동자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랑시에르는 단순히 위계질서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사고와 언어 체계를 전복하며, 노동과 사유라는 이분법을 해체하고자 한다.
-책 속 문장들
사유하는 자들과 노동하는 자들 사이의 위계가 유지되기 위해 어떤 주고받기와 범절 교환이 대가로 치러져야 하는지를 더 잘 제시해 준다. 사유하는 자들의 장롱을 지켜주려면, 제화공이 구두를 넘어서 화가의 작품에 대해 판단하는 짓을 막는 일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p.34)
-그 누구도 타자에 의해 외양이 생산되는 진리 또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인식을 자신의 앎이나 삶 안에서 쥐지는 못한다. 가죽 작업복을 입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프롤레타리아는 시인의 이미지 안에서 그 어떤 자기 정체성도 확인할 수 없다. (p.39)
프롤레타리아가 "자신들을 집어삼키려 드는 것"에 맞서 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착취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자신들이 착취와는 다른 것을 향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음을 드러내주는 자아 인식이다. (p.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