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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이론 없이 혁명적 실천 없다

《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 책갈피, 2018

by 꿈꾸는 곰돌이

《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은 단순한 이론서를 넘어, 실전에서 유효한 병법서라 부를 만하다. 트로츠키, 클리프, 캘리니코스, 던컨 핼러스, 존 몰리뉴 등 고전 마르크스주의를 사수하려는 투사들이 만들어낸, 말 그대로 ‘아래로부터의 병법서’다.

현재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3부까지 읽었는데, 그야말로 명작이다.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깊이를 품은 고급 재료를, 사회 현실이라는 맥락과 결합시켜 기품 있는 “요리’를 탄생시킨 기분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을 현실 속에 구체화하려는 과정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한국 대중투쟁과 더불어 세계 역사 속 사회주의 투쟁은 대체로 무채색, 혹은 회색으로 느껴진다. 나 역시 인터넷의 짧은 영상, 사진, 글, 그리고 선배 투사들의 경험담을 통해 투쟁에 대해 선험적으로 접근한 적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역사적 순간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느꼈던 생생함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절감한다.

예를 들어, 반미 운동 현장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생생한 분노의 깊이를, 이라크 반전 운동의 성장 속에서 오르가슴에 가까운 황홀감을, 2008년 촛불 시위에서 느껴졌던 반정부·반신자유주의 정서를, 2009년 공투본에서 터져 나왔던 급진적 외침을 나는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부터 나에게 과거 투쟁들은 어떤 면에서 낯설고, 분석되지 않은 이질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전략과 전술은 단지 저술가들의 이론적 창작물이 아니었다. 실제 투쟁의 경험이 이 저술의 밑거름이자 토대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억압받는 이들의 경험과 투쟁이 빚어낸 산물인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챕터는 던컨 핼러스가 쓴 **《선전과 선동》**이다. 이 글에서 그는 플레하노프와 레닌의 선전·선동 개념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추상적 선전이 아니라, 현실적 선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대중적 선동이 가능하지 않은 조건에서는 현실적 선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하며, 선전과 선동의 긴밀한 관계를 면밀히 검토한다. 이는 그저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투쟁 현장을 염두에 둔 실천적 관점에서 다가오는 내용이다.

또한 토니 클리프가 쓴 **《레닌의 전략과 전술》**도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글은 레닌주의가 자주 잘못 이해되거나 곡해되곤 하는 현실 속에서, 레닌의 당 이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귀중한 에센스라 할 수 있다. 혁명적 정당의 필요성을 논하는 동시에, 레닌주의가 그저 경직된 관료주의적 조직론이 아니라 당 내부 민주주의와 민주집중제를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했는지를 다룬다. 특히, 당은 대중을 지도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배울 줄 알아야 한다는 점, 또한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도 엄격한 자기비판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되돌아보면, 나 역시 과거에 잘못된 정치 경향, 즉 중간주의와 초좌파주의에 흔들린 적도 있고, 이론과 실천이 괴리된 실패의 경험 또한 겪었다. 하지만 그 경험을 교훈 삼아 더 나은 투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 이상의 가치를 지닌, 투쟁의 동반자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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