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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위하여 1장

테리 이글턴,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위하여』, 이엔비플러스,

by 꿈꾸는 곰돌이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위하여 1장


오늘날 한 세기를 먼저 살던 발터 벤야민의 작업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혁명가는 아니지만 분명 혁명적 사상가이면서도 전위적인 글쓰기 방식과 양극적 사유로 대표되는 독창적 사유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분명 그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긴 작품은 독해하기 어렵다. 독일 낭만주의 등 서구 문학의 정전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유대 신학 등 인류 지성사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보통 해설서를 통해 원저작을 독해하고자 한다. 한나 아렌트, 존 버거 등 해외에서도 많은 저술가들이 그의 비평을 해명하기 위한 텍스트를 썻으며, 한국에서도 권용선, 최성만 등 여러 벤야민 연구자들이 있다. 그 와중에 벤야민의 혁명적 비평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비평가가 있다면, 바로 테리 이글턴을 꼽을 수 있다. 벤야민처럼 비기계론적 유물론자이자, 학술적이면서도 혁명적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글턴의 세계는 벤야민과 비슷한 토대를 갖춘다. 그러나 차이 역시 분명한데, 영문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독창성이 있다. 이글턴의 대표 저작 중 한 권인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위하여』는 벤야민에 대한 해제나 해설서는 아니다. 말 그대로 벤야민 텍스트를 자신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즉 혁명적 비평을 시도한다.

1장에서는 『독일 비애극의 원천』 속 알레고리와 비애극의 개념을 다룬다. 이 저술은 벤야민의 교수자격신청논문으로, 벤야민 초기작을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워낙 난해한 탓에 심사자들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글턴은 여기서 빼어난 통찰을 한다. 벤야민이 비애극과 알레고리의 개념을 통해 작품이 저자의 목소리라는 음성중심주의를 타파하려고 한다. 그것의 위험성은 작가를 작품과 동일시하는데 있다. 이 지점에서 문학이 숭고해지며 절대성을 갖는데, 벤야민은 이것을 경계한다. 이를 위해 가져온 비평가들이, 서구 문학의 정전에 반열에 오른 TS 엘리엇과 리비스인데, 영문학에 통달하지 못한 내 시선에서 더 이상의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했다.

테리 이글턴,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위하여』, 이엔비플러스, 2021, 김정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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