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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한 웃음

by 꿈꾸는 곰돌이

이재명 지지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최근 정규재가 이재명과의 대담에서 보인 온화하고 유화적인 태도는 그리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이재명의 지속적인 우경화가 지배계급에게도 점차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정규재는 정책적인 부분보다는 이재명의 인품과 정치력을 칭찬했지만, 그 본질을 살펴보면 이재명을 '안전한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춘 인물', 혹은 '지배계급의 차선책'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규재는 절대 우리 편이 아니다. 그는 노골적인 친박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강경 우파이자 친재벌 언론인 한국경제의 주필 출신이다. 현재 우파 진영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마저 파괴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계엄을 옹호하며 극우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비교적 선호하는 정규재와 같은 재벌의 대변인조차 결코 민중 친화적이거나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8년 전 대선 국면에서 재벌을 해체하고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을 약속했던 이재명이, 재벌파수꾼인 정규재와 만나는 자리에서 보인 태도는 이재명의 점진적인 우경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대담 중 웃으며 주고받는 모습은 그 누구에게는 유화로 보였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불편하고 불쾌하게 다가왔다.

이재명은 개혁을 염원하는 대중의 뜻에 부합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더 이상의 우경화는 멈춰야 하며, 지금이라도 우경화의 고속도로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촛불혁명을 배반한 문재인처럼, 결국 이재명 또한 '빛의 혁명'을 배반한 지도자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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