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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판타지의 붕괴: 착한 자본가란 없다

백종원 논란에 대한 문화 비평

by 꿈꾸는 곰돌이

선한 자본가 판타지의 붕괴: 착한 자본가란 없다


백종원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선한 자본가’의 타이틀을 공고히 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단순히 요식업 사업가나 방송인이 아니라, 국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선한 영향력의 대명사였다. 그의 행보는 자본주의 속에서도 이윤 추구와 도덕적 책임이 양립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고, 이는 그를 '착한 자본가' 서사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게 했다. 특히 백종원으로 착한 자본가 판타지를 부추긴 데에는 언론과 자본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더본코리아 제품 논란은 이 이상화된 판타지에 금이 가도록 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백종원이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출시한 통조림 햄 ‘빽햄’과 감귤 맥주의 성분 및 품질 문제가 있다.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 문제, 감귤 맥주의 함량 논란은 단순한 제품 결함이 아니다. 이 논란들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선한 의도를 가진 기업 혹은 대표도 결국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자본가의 이윤 추구와 소비자의 기대 사이의 불가피한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구축한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극에 달한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과 부도덕한 기업 행태에 실망하며, 인간미 넘치는 자본가를 갈망해왔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바로 이 틀 속에서 대중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판타지적 존재’였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선한 자본가'라는 이상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백종원의 진심 어린 사과와 문제 해결 의지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간 쌓아 올린 긍정적 이미지가 회사의 이윤 구조와 충돌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더본코리아 제품에서 나타난 품질 문제는, 그의 선의가 시스템적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구조적으로 자본주의 기업은 원가 절감과 효율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결정이 소비자 신뢰와 윤리적 가치를 훼손할 위험을 내포한다. 백종원이 설령 선의로 사업을 운영했더라도, 이는 기업의 확장과 함께 점점 더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백종원 개인의 실책이나 한 기업의 품질 관리 실패를 넘어선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자본가에게 부여된 ‘윤리적 선함’이라는 환상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드러낸다. 소비자는 백종원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윤리적 소비를 구현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었을지 모르나, 결국 백종원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플레이어일 뿐이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요구받고, 이는 '착한 자본'이라는 이상이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논란은 ‘인간적인 자본가’에 대한 판타지가 왜 위험한지를 반추하게 한다. 자본가 개인의 선의나 도덕감에 기댄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시장 논리와 이윤 추구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흔히 도덕적 가치와 충돌한다. 백종원이 선하다는 믿음은 일부 대중에게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자본가가 착하다면 자본주의 자체도 착할 것이라는, 곧잘 작동하지 않는 낙관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결국, 백종원 논란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우리가 가진 ‘선한 자본가 판타지’라는 기대와 착각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잊지 말자. 선한 자본가란 역계급의식이 대자적으로 도달한 자본가이거나, 혹은 죽은 자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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