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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토-에겐 밈 비판: 조잡한 호르몬 환원주의

by 꿈꾸는 곰돌이

테토-에겐 밈 비판



2025년, 인터넷에서 등장한 "테토-에겐 성격 유형"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을 바탕으로 인간 성격을 분류하는 새로운 밈으로 빠르게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성격 유형을 테토남, 테토녀, 에겐남, 에겐녀처럼 성(sex)과 호르몬을 통해 인간을 분류한다. 마치 게임 캐릭터의 특성처럼 재미있게 묘사하며 단순화한 이 밈은, MBTI나 혈액형 성격설처럼 사람들의 가벼운 자기 발견 놀이 중 하나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 밈에는 인간을 변증법적으로, 총체적인 주체로 파악하기보다, 이를 생물학적 요소에 환원시키는 위험한 기계론적 사고가 깔려 있다. 유머-농담스러운 밈이지만, 농담에는 인간의 무의식이 담겨있다는 프로이트의 말이 있다.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농담을 분석해보면, 그 사회의 잠재된 무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토-에겐 성격

마르크스 철학에서 인간을 변증법적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발달하는 역사적이고 사회적 관계속에서 바라본다. 청년 쓰인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인간은 유적 존재다"라고 한 것처럼, 인간 의식의 끊임 없는 변화에 주목한다.
그러나 테토-에겐 밈은 이러한 본질을 무시하고, 인간의 복합적 현실을 단일 요소(호르몬)로 축소하며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젠더 이분법을 보여주면서도, 젠더도 아닌 호르몬으로 사람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처구니 없는 분류법이다.

변증법적 인간관의 본질
마르크스는 인간을 기계적으로 고정된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인간 의식과 사회적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조율되는 변증법적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변증법은 모순과 상호작용, 그리고 핵심적인 변화를 통해 모든 사물과 관계를 이해한다. 인간은 단순히 호르몬에 움직이는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역사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모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테토-에겐 밈"은 인간의 성격, 행동, 관계를 단일한 생물학적 요소, 즉 호르몬의 수준으로 환원시킨다. 이는 변증법적 사고에서 가장 큰 오류로 지적하는 기계론의 전형적 사례다. 기계론은 인간을 단편화된 시스템으로 간주하며, 동적인 발전 과정을 배제한 채 인간의 본질을 겉으로 드러나는 단일 요인으로만 설명하려 한다.


모순과 움직임의 부재
변증법적 시각에서는 모순이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다. 인간 사회와 개인의 성격 역시 이런 모순에서 비롯된 긴장 속에서 형성된다. 예를 들어, 개인은 자신의 물질적 조건, 계급적 위치, 그리고 경험적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종합적으로 형성된다. 테토-에겐 밈은 이 복잡한 상호작용과 모순을 무시하고, 인간을 호르몬이라는 하나의 기준에 따라 정적인 존재로 고정한다. 이는 인간의 성격을 마치 호르몬 수치만을 기준으로 미리 결정된 것처럼 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변화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이다.

역사적 발전 과정의 부재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에서 인간의 행동과 성격은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생산관계 속에서 발전한다. 다른 말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고정된 성격을 갖지 않으며, 그가 살아가는 사회적 구조와 계급적 맥락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테토-에겐 밈은 인간을 단순한 생물학적 산물로 환원하며, 역사적 맥락을 완전히 무시한다. 이 밈에서 테토적인 사람은 유전적 호르몬 수치만으로 태어날 때부터 강인하고 공격적이어야 하며, 에겐적인 사람은 태생적으로 섬세하고 감성적이어야 한다는 암묵적 전제를 깔고 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적·사회적 인간관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기계론적 오류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
마르크스는 인간이란 사회적 존재임을 강조했으며, 모든 의식과 성격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인간 행동은 단순히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생산·재생산의 경제적 기반과 계급적 위치,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갈등과 상호작용 속에서 정의된다.
테토-에겐 밈은 사회적 관계라는 맥락을 철저히 무시한 채, 인간의 모든 행동과 성격을 호르몬의 표현으로 환원해버린다. 또한 제3의 성에 대한 배제로, 논바인더리에 대한 배제도 포함된다.


"테토-에겐 밈"에서 드러나는 인간 이해의 왜곡
"테토-에겐 밈"은 단순한 농담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호르몬 환원주의'라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이 밈의 전제가 유지된다면, 인간은 결국 생물학적이기만 한 존재로 고정되고,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배경이라는 맥락에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무시될 것이다.


변증법적 관점에서 인간은 그 어떤 고정된 실체나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은 모순된 구조와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을 규정하는 사회구조에도 도전할 수 있는 존재다.

테토-에겐 밈 같은 단순화는 그저 재미로 끝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에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웃자고 하는 소리에, "진지충"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밈에 깔린 이데올로기가 환원론적일 뿐더러, 젠더 이분법이라는 우파적인 이데올로기가 잠재되어 있다.인간을 단순화하여 이해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방해하며, 우리가 서로를 기계적이고 환원적으로 이해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그 자신이 만들어낸 사회 속에서만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테토-에겐 밈이 놓치고 있는 바로 그것이, 인간 이해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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