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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작가의 일

by 꿈꾸는 곰돌이

방송 작가 일을 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물론 힘들지만 ‘버텼다‘, ’살아남았다‘라고 하기에는 좋은 피디님과 조연출, 그리고 작가님과 팀장님을 만났기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직접 방송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구성 전반을 배울 수 있었기에 값지고 소중한 지난 시간이었다. 첫 휴학을 하며 들어간 직장으로 노동착취에 대한 애정은 없을지 언정, 우리 방송 프로그램과 동료에 대한 애정은 넘쳐난다.


우리 프로그램은 매주 방영하지만, 4팀이 돌아가면서 아이템 선정과 구성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함께 한다. 즉, 업계 용어로 ’4주텀‘이다. 메인 피디 한 분, 메인 작가 한 분, 그리고 조연출과 막내 작가가 한 팀이 되어 운영된다. 작가와 피디님은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고, 막내 작가와 조연출은 1년 내외의 경력 혹은 신입들이다. 다른 팀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어쩌면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우선 4주인 만큼, 각 주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

첫 번째 주는 아이템주이다. 이 날은 보통 수요일 날 촬영지로 가서 답사를 하고 촬영자를 인터뷰한다. 답사날 아침 일찍 가서 늦게 돌아오는 것 외에는 비교적 한가한 주인데, 이때 아이템을 많이 찾는다. 답사날과 촬영 회의, 그리고 답사 및 사진 정리를 제외하면 크게 일이 없어 이때 보통 아이템을 많이 찾는다.

두 번째 주는 촬영주이다. 막내 작가는 촬영에 따라가지 않고 프리뷰어를 섭외하는 일 외에는 아이템을 찾는다. 이때 보통 아이템을 찾지 않으면 다음 촬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많이 찾아야 한다.

세 번째 주는 프리뷰주이다. 프리뷰 대본과 촬영 영상을 보고 예고 및 프롤로그 구성을 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조연출과 막내 작가가 예고편과 프롤로그를 만드는데 이때 보통 구성 회의를 한다. 두 번째 주보다는 바쁘지만 야근이 많이 없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편집주. 보도자료, 흘림자막, 그리고 본편자막을 완성해야 한다. 게다가 예고 수정과 프롤로그 수정까지 하며 밤샘과 야근이 잦다. 마감시일이 정해져 있고 주말에도 자막 수정을 해야 하기에 가장 힘든 한 주이지만, 그만큼 성장하게 된다.


오랫동안 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애정하는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로 일하게 된 것은 여전히 행복하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지 모르겠지만 첫단추는 제법、 아니 매우 잘 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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