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권 1장-1
발제문: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권 1장 '1830년대의 세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권 중 1장 자연주의 중 '1830년대의 세대'를 중심으로, 19세기 초중반 유럽 사회의 격동과 그 속에서 변화하는 문학과 예술의 양상을 탐구한다. 하우저는 이 시대를 단지 예술 사조의 변화가 아닌, 사회경제적 토대와 밀접하게 연결된 총체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특유의 마르크스주의 사적 유물론을 통해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특징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1. 19세기의 토대와 1830년대의 세대
19세기 초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며 전례 없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변화를 겪던 시기였다. 저자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형성된 1830년대의 세대를 "혁명의 자식"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현실의 변화와 가치 전도에 대한 깊은 사회학적 자의식과 매우 민감한 현실 감각을 지녔다고 본다. 이 세대는 예술을 통해 단순히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동시대 사회를 통찰하고 기록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
2. 작가와 독자층, 그리고 자본의 지배 인쇄술의 발전과 교육의 확산으로 문학 작품의 독자층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작가가 소수 귀족 후원자에 의존하던 시대가 끝나고, 대중 시장에 작품을 내놓아 판매하는 상업적 구조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예술을 점차 "상품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예술의 가치가 시장 논리와 자본의 지배 아래 놓이면서, 작가는 경제적 생존을 위해 대중의 기호와 상업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예술의 순수성과 대중성의 대립이라는 새로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P.S ‘문학과 지성사’를 세운 김현의 <한국 현대 문학의 위상>에서 이 책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데, 귀족이라는 주인을 잃던 파트롱이 작가가 되면서 부르주아에게 판매하는 관계에 놓인다. 그로부터 근대 문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귀족으로부터의 해방은 부르주아에 대한 종속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보적 의미가 있다)
3. 사회주의 이론의 대두 19세기 중반은 산업화의 그림자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도시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칼 마르크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주의 이론들이 등장하고 확산되었다. 이들 사상은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급적 불평등을 지적하며 새로운 사회 질서를 모색했다. 이러한 강력한 사회 사상의 흐름은 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쳐, 당대의 사회 문제와 계급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비판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는 중요한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4. 저널리즘과 문학, 신문소설 저널리즘의 발달은 문학의 유통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신문과 잡지의 대중화는 '신문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형식의 탄생을 가져왔다.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면서 문학은 훨씬 더 많은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요구와 독자 확보를 위한 새로운 압박에 직면했다. 작가들은 독자의 흥미를 지속시키기 위해 서사 구조나 내용 전개에 상업성을 고려해야 했으며, 이는 문학의 대중화와 함께 예술의 상품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5. 낭만주의의 변모, 예술을 위한 예술, 그리고 1830년경의 자연주의 저자는 1830년대 세대의 문학적 특징을 "출발은 낭만주의, 목표는 사실주의"라는 명제로 압축한다. 초기 낭만주의가 개인의 주관적 감정, 초월적 이상, 그리고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추구했다면, 이 시기에 낭만주의는 현실과 직면하며 점차 변모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사상이 대두되었다. 이는 예술이 상업주의나 사회적 요구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예술 그 자체의 미적 가치와 순수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예술의 통속화와 상품화에 대한 일종의 방어적 기제로 등장한 이 사조는,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현실로부터의 분리를 꾀하는 측면도 있었다.
동시에 낭만주의적 이상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1830년경의 자연주의(혹은 초기 사실주의)적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때로는 추하고 비루한 모습까지도 가감 없이 묘사하려는 시도였다. 하우저는 이러한 경향을 문학이 점차 사회적, 현실적 주제에 눈을 돌리는 과정이자, 사실주의로의 전환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한다.
6. 스탕달, 발자크: 낭만주의와 투쟁, 그리고 리얼리즘의 승리론 하우저는 스탕달과 발자크를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가장 중요한 작가들로 제시한다. 이들은 낭만주의적 요소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사실주의적 태도를 통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재현하려 노력했다.
이 둘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스탕달: 그의 작품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적과 흑』과 같은 작품에서 스탕달은 개인의 복잡한 감정과 욕망이 당시 프랑스 사회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좌절되는지를 "거울"처럼 비춘다. 그의 사실주의는 보다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현실 묘사에 가까웠으며, 낭만주의적 열정과 사실주의적 비판 의식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점을 차지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면서도 낭만주의적 성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발자크: 저자는 엥겔스의 말대로 발자크를 "리얼리즘의 위대한 승리"를 이끈 작가로 평가한다. 『인간 희극』이라는 방대한 연작을 통해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 전체를 '풍속사'로 기록하려는 야심을 가졌다. 그는 사회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듯, 다양한 계층, 직업, 인물 군상을 통해 당시 사회의 작동 원리, 특히 "자본과 금전이 인간 관계와 가치를 지배하는 방식"을 냉철하게 묘사했다. 발자크의 작품들은 개별 인물이나 사건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구조와 시스템, 계층 간의 관계, 그리고 물질적 욕망이 사회를 움직이는 방식을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탐구하며, 문학이 현실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발자크의 성과는 정치적으로 왕당파를 지지하던 그가 문학적으로는 혁명적인 리얼리즘 문학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를 포함한 마르크스 문학론의 관점에서, 그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일지라도 혁명적인 문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830년대의 시대 분석을 통해, 예술 사조의 변화 시기가 아니라, 근대 사회의 형성과 함께 문학과 예술이 자본주의적 현실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역할과 형태를 모색하던 중요한 전환점임을 밝힌다. 특히 낭만주의가 현실과 타협하고 사실주의로 나아가는 과정, 예술의 상품화 속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순수 예술론이 등장한 배경, 스탕달과 발자크를 통해 사실주의 문학이 어떻게 현실을 심층적으로 해부하고 재현하려 했는지를 분석했다.
<토론거리>
(독서토론 모임에서 질문할 것들)
1.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주장이 정말로 예술을 시장 논리로부터 보호하려는 순수한 의도였을까? 아니면 급변하는 사회 현실과 대중의 요구로부터 예술이 스스로를 분리하려는 일종의 "현실 도피"는 아니었을까?
2.문소설의 등장이 문학을 대중에게 더 가깝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문학의 "예술적 깊이"나 "순수성"을 희생시키지는 않았을까?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문학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3.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낭만주의의 한계와 시대적 요구가 충돌하며 벌어진 "투쟁"의 결과라고 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