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7인의 사무라이>

by 꿈꾸는 곰돌이

<7인의 사무라이>의 진정한 매력

오늘날 영웅 서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한 영웅들>이 있다면, 영화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4년작 <7인의 사무라이>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스타워즈부터 서부극,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영화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서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질적인 캐릭터의 팀 플레이'와 '마을을 지킨다'는 요소로 유명한 이 영화는, 제다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사무라이들의 활약을 흥미롭게 그려내지만, 그 진정한 매력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넘어 인물들의 복합적인 심리와 냉혹한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7인의 사무라이>의 일곱 사무라이는 단순한 도덕적 영웅이 아니다. 이들을 쉽게 사무라이 정신의 대변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개성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리더 칸베이는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전술을 지닌 노련한 사무라이다. 스스로를 '패잔병'이라 칭하며 회의적 태도를 보이지만, 농민들의 절박함과 자신의 무사도 정신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그들의 요청을 수락한다. 그의 합류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키쿠치요는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강렬한 존재다. 농민 출신임을 숨기고 사무라이로 살아가는 그는 과장되고 거친 언행으로 때때로 분란을 일으키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농민들의 삶과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인간적 면모를 보인다. 그의 거친 성격은 사회적 전통에 대한 반항으로 비치기도 하여, 7인의 사무라이 중 가장 '문제적' 인물로 볼 수 있다.

젊은 사무라이 카츠시로는 이상적인 무사의 모습을 추구하며 칸베이를 스승으로 모신다. 순수한 열정으로 농민들을 돕고자 하지만, 전쟁의 잔혹함과 현실을 목격하며 점진적으로 성숙해간다. 그의 성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대변하면서, 총의 시대에 접어든 구세대 사무라이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전통적 기사도에 가까운 큐조, 정이 많은 헤이하치, 진중한 고로베이, 어리숙하지만 순수한 시치로지 등 각자의 사연과 특색을 지닌 사무라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약탈과 폭력의 시대에 맞선다.

<7인의 사무라이> 속 사무라이들이 영웅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확고한 신념에 있다. 보잘것없는 대가조차 바라지 않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마을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그들의 동기는 물질적 보상과는 무관하다. 그들은 무사로서의 자존심, 명예, 나아가 존재의 이유를 이 싸움에서 발견한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주인을 잃고 방황하던 이들에게, 절박한 농민들을 돕는 행위는 자신의 검술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싸움이 끝나고 농민들이 흥겨운 노래와 함께 추수를 하는 동안, 세 명만이 생존한 사무라이들은 쓸쓸하게 그들을 지켜본다. "우리가 이긴 것이 아니다. 이긴 것은 농민들이다"라는 칸베이의 대사는 그들이 물질적 보상이 아닌 무사로서의 도리와 정신적 만족을 얻었음을 함축한다. 외적인 보상이 아닌 내면의 원칙과 대의를 따르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영웅의 숭고함이 빛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