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안 간 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아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토탈 이클립스> 속 랭보를 통해 본 진정한 댄디즘
정치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문학적으로는 보들레르-랭보주의자이다. 보들레르가 멜랑꼴리한 천재적 영혼의 소유자라면, 랭보는 거친 혁명적인 천재의 영혼을 갖고 있다. 이 둘은 도시를 배경으로 살면서도 부르주아와 당대 시인들을 혐오하며,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의 깊은 측면을 관찰한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다. 보들레르의 경우 <현대 생활의 화가>를 비롯해 여러 에세이와 평론이 있어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수월하나, 랭보의 경우 고작 15세부터 20세까지, 단 5년 동안만 시를 쓴 다음 절필을 선언하였기 때문에 그의 사상을 알기 힘들다. 그런 랭보의 생애와 주요 혁명적 천재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시대적 리얼리티마저 놓치지 않은 영화 <토탈 이클립스>는 잠시 잊고 있었던 시적 영감을 일깨워준 명작이다.
<토탈 이클립스>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사의 이단아이자 영원한 반항아, 아르튀르 랭보의 격정적인 삶을 그린다. 그의 삶은 불꽃처럼 짧았지만, 그가 남긴 시는 오늘날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젊은 랭보는 당시 부르주아적 삶의 위선과 안일함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진정한 댄디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당시 촉망받던 기성 시인 폴 베를렌이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랭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1871년 파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랭보가 보낸 주옥같은 시 여덟 편에 매료된 베를렌은 미지의 소년 랭보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천재성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정확하였다. 랭보는 베를렌의 집을 방문한 첫날부터 예의 없게 행동하고, 기존의 예절이나 통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베를렌의 부인 마틸드와 가족들을 경악시킨다. 그러나 베를렌은 랭보의 자유분방함과 반골 기질에 대한 조롱 속에서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자신의 시적 갈망과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베를렌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랭보와 예술과 사랑을 함께 한다. 이들은 당시 죄악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역'이었다. 랭보의 천재성은 베를렌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파괴적인 성향은 베를렌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정상적인 가족의 해체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두 시인은 서로를 미친 듯이 갈구하며 사랑과 집착의 광기 어린 굴레에 빠져든다. 브뤼셀에서 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을 쏘아 부상을 입히는 장면은 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사건으로 베를렌은 수감되고, 랭보는 상처를 입은 채 그들의 뜨거웠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다. 결국 랭보는 스무 살의 나이에 모든 시 창작을 멈추고 아프리카와 중동을 떠도는 삶을 선택하며 '시인 랭보'의 시대를 스스로 마감한다. 훗날 랭보 사후, 베를렌이 랭보의 여동생을 만나 시를 폐기할 것을 요청받으나, 그는 자리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만 이내 받은 명함을 찢으며 거절한다. 그러자 랭보의 환영을 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랭보는 고작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를 썼지만, 그 시들은 19세기 프랑스 문학에 한 획을 그으며 현대시의 혁명을 이끌었다. 스무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시를 절필하고 문학계를 떠나버린 그의 행보 자체가 기성 문학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시가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 같이 전통적인 형식과 내용을 부수고 새로운 미학을 탐구했던 것처럼, 그의 삶 또한 일상에 반항하고, 사랑의 재창조에 있었다. 이는 단지 외적인 멋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부르주아적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와 그로부터의 '차이의 추구'를 보여주는 댄디즘의 정수를 담고 있다. 영화 속 랭보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아. 어리석음, 이기심, 공포지"라고 말하며 사랑조차도 사회적 통념에 갇힌 허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훗날 알랭 바디우가 자주 인용하는 말, '사랑의 재창조'를 주장한다. 이러한 태도는 당시 사회의 도덕적 위선과 부르주아적 감수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며, 삶과 예술 모든 면에서 '반항'을 선택한 진정한 댄디의 정신세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토탈 이클립스>는 랭보의 천재적인 시적 재능뿐 아니라, 그의 삶 자체를 관통했던 부르주아적 가치와 도덕에 대한 통렬한 혐오, 그리고 그를 통해 드러나는 정신적 댄디로서의 반항적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았던 랭보의 불꽃 같은 삶을 통해, 자본주의 속 예술 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를 고찰할 수 있지 않을까? 만물을 물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원한 것을 두고' 태양과 바다가 섞인 바다'라는 시 <영원>을 인용하며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