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와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

by 꿈꾸는 곰돌이

<택시 드라이버>와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의 문제적 개인에 관하여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1976)는 분명 불쾌하지만, 명작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과 일부 급진적인 전개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강렬하고 복합적인 인물 트래비스 비클의 분노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리얼리티와 그 속에서 방황하는 개인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영화는 훗날 <조커>와 같은 반동적인 인물을 다룬 범죄 영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정확히 '반교양소설적', '반영웅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교양 소설의 전범으로 평가되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비교하면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독일 교양소설의 대표작으로, 한 인간의 성장과 자기 발견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주인공 빌헬름 마이스터는 예술을 사랑하여 연극계에 투신하고자 하는 상인 가문의 청년이다. 그는 연극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경험을 쌓으며, 이른바 '수업 시대'를 거쳐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과의 교류를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쌓기도 한다. 괴테는 이 작품에서 개인이 스스로 '일반적인 사실'에 자신을 편입시키고, 때로는 자아를 포기하며 전체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고전적 이상'을 구현하려 했다. 빌헬름은 방황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가는, 즉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총체성'을 향해 나아가는 건설적인 '문제적 개인'의 전형이다. 이처럼 그의 여정을 그린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교양소설의 전범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비클은 이러한 빌헬름의 여정과 완벽히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빌헬름이 서사시의 영웅상을 재현한, 신이 떠나간 시대의 서사시적 영웅이라면, 비클은 철저한 반영웅주의의 초상을 하고 있다. 베트남 참전 용사이자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는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깊은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에게 뉴욕의 밤거리는 혼탁하고 부도덕한 '쓰레기'들로 가득 찬 혐오의 대상이다. 나는 그가 체제로부터 소외되어 신음하는 소수자들, 즉 동성애자, 매춘부, 마약 중독자 등에게 혐오감을 표출하는 점에서 우파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분노는 사회 구조의 상층부가 아닌, 오히려 동료나 거리의 약자들에게 향해 있는 것이다. 트래비스는 빌헬름처럼 사회에 통합되거나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려는 노력 대신, 외부 세계를 자신의 기준으로 '정화'하려는 폭력적인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는 사회성 장애와 정신 질환을 앓으며, 벳시 같은 사람들과의 서툰 관계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간 뒤, 거리의 어린 창녀 아이리스를 구원한다는 명분 아래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장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의 결말은 운 좋게 해피 엔딩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러한 소외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루카치가 말하는 '문제적 개인'은 "신이 떠난 시대" 속에서 길을 잃은 영혼들을 의미한다. 빌헬름은 이러한 시대적 상실감 속에서도 예술과 교육,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통해 내면의 혼란을 극복하고 외면 세계와의 조화를 모색하는 '희망적인' 초상이다. 그의 여정은 교양의 이상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인간적인 것을 형성하고, 나아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 마디로 세계와 화해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트래비스는 빌헬름의 이러한 이상과는 철저히 단절된 인물이다. 세계와 갈등하는 인물이며, 그에게 사회는 구원받을 대상이 아니라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병든 공간이다. 그의 해법은 내면의 성숙이 아닌 외부를 향한 폭력적인 투사다. 트래비스의 모호한 엔딩은 루카치의 '문제적 개인'이 겪는 존재론적 갈등 속에서 결국 어떠한 긍정적인 해결이나 통합도 이루지 못하고 파국적인 고립 속에 갇혀버렸음을 시사한다. 택시를 몰며 끝나는 엔딩은 여전히 방황하며, 안주하지 못하고 있는 트래비스의 심리를 보여준다. 즉, 트래비스는 세계와 조화하려는 빌헬름의 노력을 비웃듯, 세계로부터 더욱 깊이 소외되어 파멸에 이르는, '문제적 개인'의 극단적인 비극적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빌헬름이 멀게 느껴지는 이 시대, 오히려 트래비스야말로 이 시대의 문제적 개인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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