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영화이자, 시네필의 교과서적인 영화이다. 이 작품은 영화사에도 큰 의미가 있으며, 누벨바그라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누벨바그의 선봉장 장 뤽 고다르의 연출은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완성된 각본 없이 배우들의 즉흥적인 연기를 이끌어낸 고다르의 연출 방식은 영화 제목 그대로 '네 멋대로 해라'의 철학을 제작 과정에 그대로 녹여냈다. (물론, 원어가 아닌 일본판의 번역본의 제목이다.)오늘날 유튜브를 비롯해 방송 전반에서 자주 쓰이는 '점프 컷' 같은 파격적인 기법의 도입, 불안을 드러내는 핸드 헬드 촬영기법을 통해 당시 관객들에게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미학적 경험을 선사했다. 인물들의 대사 또한 기성의 도덕률과 상식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젊음의 초상을 생생히 그려냈다.
플롯은 의외로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미셸은 한순간의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다니는 소매치기이다. 그는 파리에서 미국인 유학생 파트리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도피 중에도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무책임하고 자유분방한 청춘의 방황을 그려낸다. 언뜻 현 시점의 한국 사회에서 봐도 진보적인 성 관념을 지닌 청춘들의 일탈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셸과 파트리샤는 그 시대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적 존재이다. 그들은 사회가 강요하는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욕망과 자유를 추구하며,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는 인물들이다.
결국 파트리샤의 밀고로 미셸은 경찰에 쫓기다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미셸은 "구역질 난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눈을 직접 감는 등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시신 앞에서 파트리샤가 보이는 애매모호한 표정과 그들을 둘러싼 거리의 소음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처럼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여정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가치를 향한 열망을 생생히 반영하며, 특히 엔딩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어 동시대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결말로 기억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오늘날까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혁신적 기법을 통해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작가주의 작품으로, 후대 감독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었고다. 다만, 2000년대 이후 현대 영화의 연출법에 익숙한 나에게는 플롯도 단순하고, 연출도 루즈하게 다가왔다는 점이 솔직한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