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의 물결 속 요동치는 정치 스펙트럼
2025 일본 참의원 선거: 우경화의 물결 속 요동치는 정치 스펙트럼
7월 20일,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가 치러진 날 밤,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이 끝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는 안도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자민당의 침체가 두드러진 듯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보수-븍우 진영 자체는 오히려 강해졌고, 특히 우익과 극우 정당들이 새로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본 정치의 우경화 흐름이 더욱 굳건해진 모습이었다. 이런 흐름은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니, 이 시대만의 기류임이 분명하다. 사실 일본의 우경화는 21세기 들어 가속도가 붙었다. 그래도 온건파인 이시바 내각 시절은 비교적 완만했었으나, 이번 자민당 총재에 오른 다카이치는 명실상부 극우 성향을 숨기지 않는다. 이 변화의 물결에서, 필자는 일본의 정치판을 세 가지 지형으로 크게 나눠 보고자 한다.
1. 혁신계 정당
자유주의 진영의 왼편, 이른바 혁신계 정당인 공산당, 사회민주당, 레이와 신센구미는 이번 선거에서 의석 수에 별다른 변화를 만들지 못하며 영향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일본공산당은 한결같이 좌파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그 외침이 대중의 큰 파도로 변하는 데는 늘 부족함이 느껴진다. 고리타분하고 강경해보이는 입장이 문제라지만, 노동계급이 많은 데도 너무나 미약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민주당도 과거의 영광은 이젠 희미하고, 소수 정당으로 남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레이와 신센구미는 독특한 정책과 톡톡 튀는 행보로 젊은 층과 소수자의 호응을 얻었으나, 아직 일본 정치를 뒤흔들기엔 한참 모자라다. 결국 혁신계 정당들은 아직, 일본사회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소수의 뜻을 지키는 존재다.
2. 자유주의 정당
한국의 민주당계 정당과 유사한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두 자유주의 정당의 성적도 복잡하다. 입헌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유사하고, 국민민주당은 그보다 오른쪽에 있는 국민의당에 가깝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이 과반을 잃었다는, 절호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망한 표심이 곧장 이들에게 모이기보다는, 애매하게 흩어져버린 듯하다. 반면 국민민주당은 중도를 표방하며, 실용적 노선으로 조금씩 세력을 키웠다. 젊은 층을 공략한 여러 정책으로 호감을 샀지만, 입헌민주당과 함께 자민당의 과반 저지에 힘을 보탰다 해도, 연립 여당에 맞설 뚜렷한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 혼란스러운 자유주의 진영의 향해는 대안이 아니다.
3. 보수 진영의 약진: 자민당의 고전, 그리고 극우의 부상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전체적으로 보수진영, 그중에서도 극우의 고삐가 더욱 죄어졌다는 점이다.
- 우익~극우: 자유민주당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한순간 큰 좌절을 맛봤다. 2024년 중의원 총선거에 이은 연이은 고전으로, 이시바의 리더십엔 빨간불이 켜졌고, 당내 세력 다툼과 불안한 연립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자민당은 여전히 일본 정치의 중심을 지키는 거대한 우익~극우 정당이다. 그 영향력만큼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 극우: 참정당
서구식 극우정당의 외피에 일본만의 신토적 색깔을 덧입힌 참정당이 이번에는 크게 의석을 늘리며 화려하게 무대에 올랐다. 강경한 보수 노선, 민족주의, 그리고 '창헌'을 내세운 급진적 헌법 개정 주장은 자민당보다도 더 오른쪽에 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 정치 전반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비록 자민당이 단독 과반엔 실패했어도, 공명당, 일본유신회, 약진한 극우 정당들까지 '개헌 세력'이 손을 맞잡으니, 참의원에서 헌법 개정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채우게 됐다. 이로써 일본은 헌법 9조를 비롯해 안보와 외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 변곡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제 일본 정치는 한 치 앞도 쉽게 예견하기 어려운,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다. 혁신 계열 정당은 아래로부터 투쟁에 나서야 한다. 자유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진보 염원 대중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