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심야식당> 아니면 <고독한 미식가>

by 꿈꾸는 곰돌이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는 걸작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고독한 현대인의 혼밥은 심야식당 아니면 고독한 미식가가 아닐까? 이 두 작품은 식문화를 넘어 마치 현대인의 삶을 비추는 두 개의 거울이 앞에 놓인 듯한 기분이 든다. 인생이란 과연, 심야의 작은 식당 한켠에서 누군가와 따끈한 음식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일까? 아니면, 이노가시라 고로처럼 고요한 밤거리 어귀를 홀로 거닐며 자신만의 맛을 찾아가는, 철저히 고독한 여정일까.


『심야식당』의 마스터는 손님이 원하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낸다. 그의 소박한 식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찾아와 저마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놓곤 한다. 게이바 사장, 매춘부, 소외된 노인, 성공한 배우 등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이들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현실에서의 소외를 작은 심야식당에서 음식으로 푼다. 음식 한 그릇이 쓸쓸했던 하루에 작게 스며들어, 상처받고 지친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다독여준다. 이곳에선 서로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함께 울고 웃으며 인생의 씁쓸함을 조금이나마 잊는다. 마스터의 미소와 정성, 이웃 손님의 다정한 한마디까지, 그 모든 것이 따뜻한 국물 한 숟갈에 녹아든다. 그래서 심야식당의 음식들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고립된 세상 속 우리가 그리워하던 공동체의 온기 그 자체가 된다.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고, 나눔 속에서 위로받는 풍경, 이것이야말로 『심야식당』이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 아닐까.


반대로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는 언제나 혼자 식탁에 마주앉는다. 그는 아무와도 말 섞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오감, 자신만의 미각에 귀를 기울이며 식사에 몰두한다. 혀에 닿는 미묘한 맛, 이빨 사이로 느껴지는 찰진 식감, 방금 조리된 음식 특유의 온기. 고로의 식사는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주변의 시선이나 누군가의 관심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위대한 방랑자이자 미식가’라고 뇌까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타인과의 번거로운 관계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자기만족의 기쁨이 녹아 있다. 부대낌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혼자 맛있는 음식을 씹으며 오직 나만의 세계에 잠기고 싶지 않았을까. 고독 속에서 맛보는 음식의 황홀함, 그 순간 우리는 복잡한 세상 한가운데서도 자신만의 고요한 성을 쌓아 올린다.


벌써 인생을 논하기 다소 어리지만, 인생이란 이 두 모습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과정 아닐까. 『심야식당』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따스한 식탁의 연대라면, 『고독한 미식가』는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 내밀한 발견의 여정이다. 때로는 마스터가 정성스레 내온 포슬포슬한 계란말이처럼 타인의 온기가, 또 때로는 고로가 묵묵하게 씹어 삼키는 뜨거운 돈카츠처럼 내 안의 욕구와 마주하며, 온전히 나에게 몰두하는 순간 역시 삶을 채운다. 어쩌면 따뜻함과 고독, 연대와 자아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며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자기만의 인생 맛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사람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