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

이성으로서 신중간계급에 대한 욕망

by 꿈꾸는 곰돌이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 신중간계급에 대한 욕망


최근 외모와 관련해 생겨난 신조어 중 하나가 바로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이다. 물론 이 표현들은 사람뿐 아니라 사물이나 공간을 지칭할 때도 쓰이나, 특히 이성의 매력을 표현하는 데 많이 활용된다. 이 신조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많은 이들이 요리사 손종원 셰프를 떠올린다. 단순하지 않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정중한 태도, 그리고 일에 대한 진정성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느낌 좋은’ 존재감은 ‘느좋남’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의 외모 중심 미남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드러난다. 본 글에서는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 신조어에 내포된 사회적 의미를 살피고, 이들이 구현하는 중산층 지향 판타지 현상을 깊이 있게 탐구해보고자 한다.


먼저 ‘느좋남/녀’는 ‘느낌 좋은 남자/여자’의 준말이다. 여기서의 ‘느낌’은 단순히 겉모습이 잘생겼다는 뜻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태도, 매너, 도덕성, 그리고 어딘가에서 스며 나오는 긍정적 아우라까지 모두 아우른다. 그 사람과 마주했을 때 자연스럽게 ‘참 괜찮다’고 느끼는 감정, 그 깊은 울림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그런 까닭에 ‘느좋남/녀’는 상대를 외모라는 단일 수치로 환산하지 않는다. 신체를 대상화하지 않고, 사람으로서의 인간적 매력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생각이나 태도, 행동에서 드러나는 빛 같은 것까지 고려해 바라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윤리적 관점이 반영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준 변화의 배경에는 오늘날 개인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의식의 진전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외모만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일이 촌스럽다고 여겨지며, 단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다면적인 매력과 도덕성에 주목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손종원 셰프가 ‘느좋남’의 대표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지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그가 드러내는 따뜻한 태도, 철저한 자기 관리,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실력까지 더해져 사람들에게 ‘느낌 참 좋다’는 인상을 남긴다. 따라서 ‘느좋남/녀’는 외모와 인성, 윤리성을 고루 갖춘 새로운 이상형, 즉 현대 사회가 바라는 ‘멋짐’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반면 ‘7의 남자/여자’라는 표현은 다른 결을 띤다. 여기서 ‘7’은 10점 만점에 7점 정도 되는 외모를 뜻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평범하지도 않은—현실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적당히 괜찮은 이상형의 지점이다. 그러나 이 표현이 내포한 단순함은 다소 씁쓸하다. 상대를 점수로 수치화해 평가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예를 들어 키가 아주 크지 않아도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음주나 흡연 등 생활습관까지 평가 기준에 포함한다. 이처럼 ‘7의 남자/여자’는 외모 평가를 객관화·수치화하려는 결혼정보회사의 효율적 평가 방식과 유사하다.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간 존재의 풍부하고 입체적인 면모를 무디게 하고, 무엇보다 인간을 사물처럼 수치화하는 비윤리적 특성을 지닌다. 이런 이유로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는 각기 다른 외모 평가의 경계에 선다. 전자가 윤리적이고, 후자는 비윤리적 관점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 두 신조어가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핵심은 따로 있다. 어디까지나 ‘탁월하게 완벽한 미남·미녀’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닿을 수 있는 적정선’에 위치한 합리적인 이상형을 뜻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기반 위에서 스스로와 타인을 바라보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다만 ‘중산층’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엄밀한 기준이 부재하다. 이는 생산관계에 따른 계급 분류와 달리, 일시적인 소득 층위를 가리키고 있어 부정확하며 은어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 신조어들은 중상층, 즉 상층 신중간계급을 지향하는 욕망과 닮아 있다.

요컨대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 모두 중산층에 대한 판타지가 투영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용어들은 중산층이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며 마음 한 켠에 품은 ‘적당히 괜찮은 이상형’을 언어로 구현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안정과 비교적 여유를 누리면서도 거창한 부나 완벽한 외모를 꿈꾸지 않고, 현실감 있는 평가와 타협된 기준에 무게를 둔다. 그 결과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라는 단어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중산층 내부의 자기관리 욕구와 사회적 인정 욕망, 그리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점을 공유하며,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느좋남/녀’와 ‘7의 남자/여자’라는 판타지에는 단순한 외모 취향 이상의 의미가 담긴다. 사회가 요구하는 바른 인격과 흔치 않은 세련된 매너까지 아우른다. 즉,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추고 자본주의 사회가 바라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투영된 존재다. 변화하는 성 역할과 윤리 감각 역시 여기에 반영되어 있다. 이를 계급에 투영하면 신중간계급 상층부에 해당한다. 현대판 백마 탄 왕자라 할 만하다. 재벌가 도련님보다 오히려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 매너, 교양을 갖춘 신중간계급 상층부에 대한 선호가 이 신조어에 반영된 것이다.


이런 요구의 부합하는 현실 속 인물인 손종원 셰프는 유명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라는 높은 신중간계급에 위치해있다. 물론, 손종원 뿐만 아니라 드라마 남자 주인공에게 많이 투영되어 있는데, 가령 2010년도 초중반에 나온 <상속자들>의 ‘김탄’,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같은 재벌집 도련님, 전통적인 상층 부르주아에서 2020년대 초중반에 나온 <더 글로리>의 주병원 아들이자 개업의인 ‘주여정’, 대표적인 신중간계급인 변호사이자 대기업 이사인 <눈물의 여왕>의 ‘백현우’의 등장은 이성으로서 신중간계급을 선호하는 대중이 욕망이 투영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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