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라의 어른이 되었다. (어깨 으쓱)
새나라의 어린이? 아니 새나라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심지어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났다.
보통 이런 패턴을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는데 , 내겐 ‘미라클’의 의미가 좀 더 남다른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른 아침에 ‘스스로’ 알람 없이 기분 좋게 일어났던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아예 없나? 우울증은 아침을 힘들게 만들고 뇌 호르몬이 깨어날 오후 무렵 조금 괜찮아진다고 하니 과거의 내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언제나 늘 아침이 힘들었다. 오전에 깨어있는 정신이 된다는 게 버거웠다. 그랬던 내가 스스로 개운하게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miracle good morning!’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을 때, 선생님이랑 상담을 하면서 수면제를 처방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처방받아먹고 싶지만 아직은 어린아이들과 같이 자서 간혹 밤사이에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있어 종종 깨어야만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장통이나 이앓이 같은? 혹은 애착 이불을 찾아달라는 이야기 정도? 피곤해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아 새벽 1-2시를 넘기는 날이 많았었고 설사 잠이 들었다고 해도 얕은 잠이 이어졌었다. 아이들은 6-7시면 기상을 하니 그 무렵 나도 기상을 하게 되면서 수면의 질과 양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럼 당연히 오전 컨디션은 똥망! 몸에 카페인 떼려 붓고 억지로 힘을 냈었다. 아이들과 웃으며 아침을 잘 보내려고 단전부터 힘을 짜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저녁 9시 30분에서 늦어도 10시 30분엔 잠이 들고 , 대부분의 아침은 스르륵 기분 좋게 눈이 떠진다. 어떤 날은 새벽에 눈이 떠지기도 한다.
어쩐지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어깨가 으쓱한다. 이럴 때일수록 인증샷을 더 잘 남겨서 SNS에 올려둔다. 업로드를 했을 뿐인데 괜히 자존감이 올라간다. 이게 뭐라고. 자랑할 게 크게 없다고 일찍 일어난 걸로 관종 짓을 하다니 , 무관심을 원하면서도 잘 살고 있다는 인정은 또 받고 싶은가 보다. 아이러니한 인생이여.
근데 어째서 수면제를 먹지 않았음에도 잠을 잘 자게 된 걸까? 우울증 치료가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우울증에 수반되었던 부수적인 증상들이 사라진 걸까? 아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체력을 몽땅 끌어다 써서 피곤한 걸까? 볕을 많이 쐬니 멜라토닌이 뿜 뿜 해서 잠을 자는 걸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삶을 대하던 경직된 태도가 조금은 풀린 것일까. 긴장이 풀리면 몸이 이완되면서 하품이 나오고 졸음이 쏟아진다고 했는데.. 뇌 호르몬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조금은 유연해지고 있는 걸까? 그러는 걸까.
어쨌든 이제 새나라의 어른은 자러 가야겠다. 벌써 9시 반이 되어가네.
취침 시각 : 9:30 pm
기상시각 : 4:40 am
생각해보니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주무셨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