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ㅈ구 같으니라고. 우울증치료 180일
금요일 (1일 차)
6살 1호가 열이 나서 하원을 했다. 엉엉 운다. 아이는 40도를 육박했다. 해열제를 먹여 아이를 다독여 재웠다. 저녁 5시 반부터 잠이 들었고 새벽에 ‘아 , 배고프다’라는 말과 함께 일어나서 배를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따듯한 물수건으로 아이를 정성껏 닦아주고는 나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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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2일 차)
1호는 목이 아파서 먹지를 못하겠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의 짜증은 다 받아줄 수 있었다. 아프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3살 2호는 오빠의 곁을 맴돈다. 둘이 놀다가 누웠다가 싸웠다가 소리 지르다가.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다 가버렸다. 그럼에도 괜찮았다. 나의 멘탈이 버틸만했다. 아픈 아이를 보듬어 줄 수 있었다.
일요일(3일 차)
1호는 38도 전후를 오고 갔고 열이 내리는 끝물이라 아이의 짜증이 어마 무시했다. 그 와중에 2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신난다. 잘 먹던 아이는 안 먹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1호에게 옮았나 보다.
남편과 고군분투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나서 각자 맥주 한 캔을 깠다. 벌컥벌컥 들이켜고 과자를 하나 집어 먹으니 오늘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아이들이 며칠 째 아프고 있지만 버틸만하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아픈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엄마가 된 것 같아 아주 조금 뿌듯했다.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그러나 그날 밤도 아이들은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둘이 번갈아가면서 울고불고 발길질을 해대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잠을 쉬이 이룰 수 없었다.
월요일 (4일 차)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하루만 더 쉬고 싶다고 했다. 컨디션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피곤해 보이기는 했다. 그래 집에서 쉬자.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쉬는 날이었다. 2호는 여전히 열이 나고 있었다. 본인도 몸이 불편한지 울고불고 짜증쟁이가 되었다.
그사이 나는 정신과를 다녀왔다. 2주 말고 3주치로 늘려서 약을 늘려서 받아왔다. 요즘 같으면 살만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 예전의 내 모습이 어떤지 종종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프지만 제법 괜찮은 날을 보낸다고 자신 있게 말을 했다.
화요일 (5일 차)
1호는 어린이집에 갔고, 날씨가 좋아 열이 어느 정도 내린 둘째와 산에 갔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산책을하고 간식을주려는데 아이의 손이 심상치않아 병원에 데리고 갔다. 돌발 발진과 수족구 둘 중 하나일 수 있으니 목요일 오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아이는 입안에 올라온 몇개의 수포때문에 점심을 먹으면서 오만 짜증을 냈다. 그와중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1호도 아픈 끝물인지 짜증이 여전했고 피곤해했다.
환장 파티다.
여전히 아이들은 밤새 돌아가며 울었다. 아이들의 짜증 내는 울음소리는 상상 이상이다. 고막이 터질 것 같다.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은 밤이었다.
수요일 (6일 차)
결국 난 몇 시간 못 잤다.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난리였다. 남편이 아이들을 봐줄 테니 좀 더 자라고 했지만 , 나에겐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 종일 울어대는 아이들 덕에 고막이 나갈 것 같았다. 아플 때 우는 목소리는 유독 더 하이톤들이라 슬슬 한계가 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내 새끼들, 귀엽기는 하다.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그럼에도 아직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카페로 피신을 갔고 두어 시간 고막에 휴식을 주고 올라오니 견딜만했다.
목요일 (7일 차)
잠을 또 제대로 못 잤다. 난 언제쯤 꿀잠을 잘 수 있는거니. 아침부터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또 징징거렸다. 이젠 환청이 들릴 정도다. 아침부터 1호는 코피를 흘렸다. 아마 날이 건조해지기 시작해서 그런 것 같다. 코피도 나고 컨디션도 안 좋으니 여전히 1호는 짜증이 만렙이다.
2호도 난리도 아니다. 입안에 혓바늘과 수포가 덕지덕지 있어서 음식을 먹다가 짜증을 엄청 낸다. 하하하 나도 울고싶다.
“얘들아 너네 아파서 짜증 내는 건 알지만 너무 한 거 아니니. 둘 다 아침부터 엄마한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엄마 기분은 어떨까?”라고 언성을 좀 높여 말했더니 가만 듣던 1호가 “엄마 미안해, 내가 소리 질러서 속상했지?” 란다. 저렇게 말하는데 어찌 계속 언성을 높일 수 있겠는가. 그저 언성 높인 엄마가 죄인이지. 아이가 가지고 왔던 책을 다시 다정하게 읽어주었다.
1호 등원을 시키고 2호와 병원에 갔다. 결국 2호는 수족구 진단을 받았다. 신난다. 일단 아이가 조금이라도 먹는 게 있음 무조건 그걸 계속 주라고 했다. 안 먹으면 그때 바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빵 , 떡, 복숭아 , 두유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밥은 먹지 않지만 빵은 먹고 밥은 먹지 않지만 두유는 마신다. 빵은 먹지 않지만 과자는 울면서 먹는다. 대단해.
1호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1호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유난히도 땡깡을 부린다. 응석 부리고 싶겠지. 그러나 2호도 엄청난 땡깡쟁이가 되어버려서 둘 다 안아주기가 쉽지가 않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러다 과호흡이 올까 무서워져서 심호흡을 의식적으로 했다. 결국 아이들에게 저녁을 주며 와인을 한잔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와인의 뚜껑이 열리지를 않는다.
하 , 망했다.
조절되지 않는 짜증과 화가 나를 삼킬 것 같이 무서웠다. 베란다로 나가 심호흡을 했다.
아이들을 재우고는 넋을 놨다. 그런데 오늘.. 밥을 먹었었나?
생각해보니 며칠 전부터 밥을 거의 안 먹은 것 같다. 그러다 오늘은 식욕이 아예 없어졌다. 뭘 먹었더라.. 단호박 조금 , 사과 조금, 떡 몇 개 , 초코파이 하나 , 커피 2잔.
그리고 지금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건 분명 안 좋은 신호임이 분명하다. 다시 균열이 생기고 있고 우울의 긴 터널이 다시 시작되는 건 아닐까?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아니다. 아니야.
대부분의 부모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해본다. 아이 둘이서 울고불고 하면서 짜증이 일주일 정도 가고 있다면 누구나 빡이치고 고막에서 피가 나올 거다. (나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란다. ㅠㅠ) 내가 우울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 그저 최근 6일간의 육아가 힘든 것뿐이다.
그래 , 그런 것뿐이다.
내일은 남편이 같이 있는 날이니 또 설렁설렁해보자. 또 며칠은 청소고 자시구고 그냥 좀 쉴 수 있을 때 쉬어야겠다.
맥주를 마시며 기도를 하고 있는 지금 내 모습이 참 우습지만서도 , 내가 오늘을 살아내려면 어쩔 수없었음을 타협해본다. 그래 오늘 정말 수고 많았다. 아직도 귀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 아이들에게 크게 화내지 않고 아이들의 감정을 수용해주느라 고생이 많았다.
더불어 , 큰아이에게 “네가 짜증내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프고 힘이 들어서 그러는 거라는 건 알지만 , 계속 그런 행동을 할수록 네가 엄마를 안 좋아하는 걸로 느껴져. 엄마는 널 많이 사랑하는데 네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슬퍼”라는 이야기를 아이와 잠들기 전에 손을 꼭 잡고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이와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정말로 다행히 ,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우울증 치료가 잘 되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음날, 2호의 수족구가 사그라들 즈음 1호의 목감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신나는 인생이다. 하아
쉽지 않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