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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Oct 04. 2022

우울증 치료 및 관리를 위한 몇가지 작은 팁들

우울증치료 반년.

이제 고작 우울증 치료 반년째인 내가 팁을 전할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서도…ㅎㅎ


보통 2주간격으로 진료를 보러가는데 , 3주로 늘릴 경우엔 마음이 느슨해져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2주에 한번씩 오는게 아주 조금 귀찮아져서 3주치 약을 달라고 이야기 하니


“맹수봉씨는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하실 것 같아 3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만 중간에 좀 이상하다 싶으시면 꼭 내원해주셔야해요” 라는 신뢰담긴 당부와 함께 3주에 한번 가고 있다.


그러니 도움될만한 것들이 좀 있지 않을까..? 아닌가..?







1. 약 잘 먹기

우울증 관리의 핵심은 약을 빼먹지 않고 꾸준히 먹는 것이다. 중간에 괜찮아졌다는 생각이 들어도 스스로 중단하지 말고 계속 복용해야 한다.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은 꼭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몇 개월 먹다 보면 괜찮아졌다고 생각이 드는 시점이 찾아오는데 그때 중단해버리면 다시 우울증이 재발했을 때 더 깊은 우울을 맛볼 수 있다. 더불어 치료도 더 길어질 수 있다. 종종 본인의 판단하에 약 복용을 중단했는데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일 뿐, 그것에 나의 우울증 치료를 맡기기엔 너무 도박아닐까.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약을 먹었나 안 먹었다 헷갈리는 시점이 찾아오는데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약에 날짜 적어놓기, 혹은 봉지 버리지 말고 저녁에 방정리하면서 치우는 방법도 있다.


약을 꾸준히 잘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널뛰고 힘들어진다면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 그러나 블랙아웃이 오는 날이 있다면 그것 또한 약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포인트는 ‘임의로’ 중단하거나 증량하지 않을 것.



2. 감정일기 쓰기

일기라고 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적는 것도 좋지만 감정을 적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처음에 앱을 사용했다가 요즘에는 다시 수기로 돌아왔다.  수기로 돌아온 이유? 한눈에 상태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날짜, 날씨, 생리 며칠 전 (혹은 생리 며칠째)

간단하게 있었던 일, 감정 상태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반응에 대해서.


이렇게만 매일 적어 두면 객관적인 나의 우울증 상태를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또한 깊은 우울이 찾아와도 하루 정도 지나면 회복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면 다음번에 우울감이 찾아와도 ‘아 며칠이면 괜찮아지겠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늘어짐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생리 며칠 전부터 기분이 오락가락하는지 확인도 가능하며 누굴 만나는지에 따라서 감정이 변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3. 병원이랑 친해지기.

사실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관건인데 .. 나는 다행히도 단번에 만날 수 있었다. 가기 전에 궁금한 것과 내 상태를 메모장에 적어가서 와다다다다 말을 쏟아내어 이것저것 묻고 내 상태를 공유했다.


진료 후에는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메모장에 바로 옮겨 적었다.


또한 갑작스럽게 약에 대한 부작용이 심해졌거나 우울감이 너무 심해지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4. 관련 서적 보기

우울증 에세이를 보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안심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만 유난이 아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었다.


(블로그에 읽었던 책들을 올려두었숩니다)

https://blog.naver.com/sutrs/222857732837


우울증에 대학 의학적인 책을 보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아파서 그랬구나. 싶어서 나를 가엽게 여겨주었다. 상처가 나면 드레싱을 해야 하듯, 마음이 아파서 이런저런 신체증상들도 나타났구나. 하며 나를 이해해 주었다.


또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책에서 추려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니 나쁘지 않았다.


5. 기분전환될만한 것을 찾기

나는 전기자전거를 탄다. 밟자마자 바람이 시원해서 숨이 쉬어진다. 그냥 자전거도 좋지만 , 안그래도 힘든 인생에 오르막을 오르며 힘들고 싶지 않았다. 전기자전거는 오르막에도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슝슝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게 또 기분이 째져~)


고요하고 적막한 걸 좋아해서, 노이스캔슬링 헤드셋을 장착하고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더불어 자꾸만 가라앉고 동굴 속에 혼자 있고 싶다면,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좋으니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앉아있으려고 노력한다. 책에서 그러라고 시켜서 가끔 해보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6. 11시 전에는 잠들기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면서 다행스럽게도 불면증이 없어져서 수면시간이 많이 당겨졌다. 거의 7-8시간을 자는 중인데 확실히 컨디션이 좋다. 그러다가 (웹툰보다가 잘시간 놓침..ㅎㅎ) 수면시간을 놓치면 다음날 오전이 좀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수면시간을 잘 지켜야하는데 , 애엄마인 나는 애들이 자면 놀고싶단 말이지..허허


7. 아침에 뭐라도 먹기.

내가 아침에 먹는 것은 내 하루의 세로토닌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만일 하루의 첫 번째 식사로 단백질이 극히 적은 탄수화물 중심으로 식사를 하면, 두세 시간 정도 지나서 두뇌세로토닌이 상당한 양으로 증가한다. 그런데 첫 번째 식사로 단백질 중심의 식사를 하면 그러한 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조합시킨 식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두뇌세로토닌의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달리 말해서, 만일 당신이 아침 식사로 전통적인 미국식 식사인 베이컨과 계란, 토스트를 먹게 되면, 여기에는 너무 많은 단백질이 들어 있어서 세로토닌 생성을 늘리지 못한다. 잠시 동안의 기분변화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떤 음식이든 줄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이다.  또 단백질이나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아침식사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한다고 해도 세로토닌 상승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빈 위장에 저단백과 고탄수화물로 결합한 식사는 두뇌 세로토닌 생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기분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강조하면, 언제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매일의 기분과 활력 변동에 따라 언제 무엇을 먹어야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기분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 바로 그 시간대에 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종일 탄수화물 식사만 하지 않도록 해라. 탄수화물이 풍부하든, 단백질이 풍부하든, 각각의 음식에 반응하는 우리의 몸은 바로 전에 먹은 식사의 영양소 배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단백질 식사 뒤의 탄수화물 식사는 탄수화물 식사를 하고 또 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것보다, 다시 말해 탄수화물 식사를 두 번 겹칠 때보다 세로토닌 생성에 더 효과적이다

<세로토닌의 비밀 / 캐롤하트>



세로토닌의 비밀의 저자가 추천해준대로


아침 저단백+고탄수

점심 고단백+저탄수

저녁 적절한 탄수화물


이렇게 먹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좀 어려운건 사실이다. 그러나 식욕이 없어도 아침에는 과일과 통밀 한 조각 정도는 먹으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생리전증후군으로 야식이 땡긴다면 치킨보다는 차라리 피자가 나은 선택이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피자를 먹는다. ㅋㅋ


더불어 입맛이 없어도 규칙적인 시간에 밥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다행히 집에 삼식이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 차려주면서 좀 먹는 경우도 있고 정말 입맛없는 날에는 선식+케일(혹은 비트)+두유+과일+꿀을 넣고 갈아서 마셔버린다.



8. 나를 다독인다.

내가 했던 수고들에 대하여 작은 거라 치부하지 않고, 오늘을 잘 살아냈음을 알아주고 스스로를 다독여준다.


9. 타인을 만났을 때 감정을 확인해두었다가, 다음번 약속을 정할 때 시간과 상황을 고려한다.


혹여나 내 감정이 엉망인 상태인데

친구와 약속이 생겼다고 가정해 본다면!


A라는 친구를 만났을 때 기가 쭉쭉 빨렸었다. 다음날 오전에 충분히 쉬어주니 괜찮았다.


이런 데이터가 있었다면 약속을 뒤로 미루던지, 혹은 다음날 스케줄 없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걸 확인하면 된다. 뭐 이렇게 어렵게 살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불편한 감정이 지속된다면 우울한 감정에 점점 더 빠져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10. 운동하기

우울증 치료를 시작할 무렵엔 아무 의욕이 없어서 스트레칭이랑 전기자전거만 탔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욕이 돌아오고 나서는 10-20분짜리 홈트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요즘엔 맨몸 운동에 꽂혀서 올해 풀업1개와 정자세로 푸시업 5개를 하고 싶어서 단계별로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성취감이 쏠쏠해서 좋다. 운동을 하면서 나오는 좋은 호르몬들이 우울한 머릿속에 좋은 작용을 해준다고 한다.


11. 글쓰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여러가지들을 토하듯 글로 적어내면 한결 후련해진다.


12. 디데이설정하기

우울증 치료했던 날부터해서 디데이설정을 해놨더니 , 치료를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부디 ,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우울증이 나아지셨음 좋겠습니다. 혼자 고군분투 힘든거 알아요. 어떤 책에서 그러더라구요. 무기력하고 살기 싫은 날들임에도 오늘을 착실히 살아낸 당신은 어쩌면 정말 강인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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