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인한 지친 마음에는 어떤 위로를 해줘야 할까.
아이 둘과 집에 있으면서 가장 어려운 건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 같다. 아이들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참 지독스럽다. 건강한 식재료를 고르고 아이들에게 집밥을 해주는 일들 그리고 내 살림을 정성스레 돌본다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은 한다. 생각은. 그러나 아침 6시부터 밤 9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일들이 매일 반복된다는 건 생각보다 좁은 박스에 몇 날 며칠을 앉아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말이 있다.
아침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점심 먹을 시간
점심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간식 먹을 시간
간식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저녁 먹을 시간.
그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 오랜 조상들의 지혜로부터 나온 말이리라..
틈틈이 쓸고 닦아야 한다. 이제 11개월 된 나의 귀여운 2호 아이는 바닥에 있는 것들은 모조리 집어먹는다. 굴러다니는 먼지조차 소중하게 집어서 입속으로 쏙. 또 어느 날은 5살 1호가 흘린 색연필을 입으로 쏙 넣어서 입천장이 온통 오렌지 껍질처럼 아름다워졌던 적도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들에 매일 쓰는 관절들도 정해져 있다. 관절들은 늘 아프고 혹여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파스를 붙이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지 못한 지도 여러 날이다.
로션이라도 발랐다 치면
'아.. 쌀 씻어놔야 하는데'
'아 아이가 사과까달라고 했는데'...
그리고 최종 보스 등판.
"엄마!!!! 나 똥 쌌다!!!!!"
고단한 행복이 여러 날이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쳤던 그랬던 날.
아침 먹고 치우고 돌아서서 점심준비를 해서 밥을 차리고 2호의 이유식을 만들었던 날이었다. 숨이 막히듯 숨이 차올랐다. 한숨을 쉬어내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같이 앉아 밥을 먹고 있자니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던 날이었다.
신랑은 식사 준비할 때 아이 둘을 오롯이 잘 봐준다. 내가 식사 준비에 온 신경을 쓸 수 있도록. (2호가 밥을 하고 있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서서 종종 바지가 벗겨진다. 최근엔 무릎까지 내려왔는데 곧 발목까지 내려갈 듯..)
1호는 5살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밥을 참 잘 먹는다.
쌈도 싸 먹고 김치도 국도 전부 잘 먹는다.
2호도 크게 이유식에 불평 없이 한 그릇을 싹-비운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 봐도 피로가 싹-풀린다던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었는데 내 피로도는 왜 그대로일까. 물론 고맙다. 정말 고맙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정리를 하려고보니 데자뷰 현상이 일어난다. 분명 어디서 봤던 그림.. 그래 불과 몇시간 전 아침먹고 실시 했던 일들이다. 자 그럼 그릇을 치워볼까 하는데 2호가 똥을 쌌다. 1호는 혼자 손을 씻고 물을 여기저기 튀어놨다. 신랑은 대충 1호가 흘린 물을 닦고 , 2호를 번쩍 안고 화장실로 가면서 나지막이 읊조린다.
"와 이걸 어떻게 혼자 다 하냐.. 하 토하겠네"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의 묵은 체증을 내려주었다.
숨이 쉬어진다.
귀여운 아이들은 존재만으로 내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신랑도 곁에서 함께 육아를 해주고 집안일을 함께 해주기 때문에 늘 든든하다.
영원한 내편.
육아로부터 오는 지친 마음은 이런 사랑스러운 순간들로 싹 잊힐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들도 많았다. "힘들지?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어" 이 한마디도 너무 좋았지만 ,
온전히 내 삶을 공감해주는 저 한마디 , 이걸 어떻게 하냐고.. 토하겠다던 말이 숨을 토해내게 해 주었다.
공감만큼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무기가 있을까.
위로로 한아름 채워진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힘껏 온종일 아이 둘을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내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
나의 삶을 전적으로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랑하는 나의 신랑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