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코로나
꼭 1년 만에 또다시 코로나 확진이다.
작년 8월 뜨거운 폭염 아래 서울순례길을 걸으며 노고산성지의 미사를 마치고 돌아와 코로나로 드러눕게 되었다.
일은 해야 하나 정년이 코 앞인 나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런 나를 택하는 회사는 없었다. 퇴사 결정에 대해 또 앞으로 해야 하는 의무에 대해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은 머릿속을 터질 지경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 머리를 멈추자고 시작한 순례였다.
운동하자고 몸을 움직이는 내가 아니었기에 나를 강제할 타이틀이 필요했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걷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치료가 된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서 머릿속 고통을 대체할 내 몸의 수고로움을 택했다.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아직 더 일해야 하는 형편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기간에는 모든 에너지가 머릿속으로 총 집결해서 더 많은 생각들이 나를 들쑤셨다.
그래서 쉴 수가 없었다.
순례길 일정이 중간쯤 되었을 때 나는 코로나 확진을 받게 되었고 국가가 강제하는 휴식을 비로소 누리게 되었다. 마치 격리기간 일주일을 든든한 괄호에 묶어서 따로 떼어 나를 위해 마련한 휴식 같았다.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너무 아파서 할 수도 없었지만) 가족들을 돌보지 않아도 되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됐다. 빈둥빈둥 하루종일 누워있어도 국가가 강제한 것이기에 나는 그제야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끙끙 앓으며 뒹굴거리고 나는 다시 벌떡 일어섰다.
예정된 순례길을 마치고 잠시라도 쉴 틈을 주면 잡생각들이 나를 덮칠 거 같아서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이제 그 후로 1년이 지나고 나는 또다시 코로나 환자로 확진되어 강제 휴식에 돌입했다.
꼭 1년 만이다. 예전처럼 내가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단지 나만을 위해 주어진 시간, 이번에는 5일이다.
지난 1년 나는 무엇이 변했을까.
나를 살피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시간.
두 번째 코로나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