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용병 때문에 득점이 줄었을까?
내년 프로농구리그(KBL)에서는 2미터가 넘는 용병을 볼 수 없다. 2018년부터 장신 용병을 2m 이하, 단신 용병을 186cm으로 키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팬들은 세계 농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원성이지만 KBL은 아직까지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인 것 같다.
NBA 시청이 대중화된 농구 팬들에게는 2미터가 넘는 장신 선수가 낯설지 않다. 기계 같이 슛을 쏘는 클레이 탐슨(골든스테이트)은 2m1cm, 올해 신인왕이 유력한 장신 가드 벤 시몬스(필라델피아)는 2m 6cm이다. 만약 이들이 한국 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더라도 키 제한에 걸려 한국에서는 뛸 수 없다.
KBL의 변 "키 큰 용병들이 뛰면 관중들이 안 온다!"
키 제한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리그 '흥행성'이다. KBL의 논리는 이렇다.
키가 큰 용병이 있으면 게임 속도가 느려진다.
공수 전환이 느려져 득점이 감소한다.
득점이 감소하면 관중들은 재미가 없다.
관중은 경기장에 오지 않는다.
과거 용병들의 신장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키와 상관없이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키 제한이 없던 시절 득점이 줄었다. KBL은 장신 용병 선수들이 경기 스피드를 줄여서 총득점이 줄었다고 분석한 것이다.
득점과 관중 동원은 NO! 상관입니다!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22시즌에 대한 분석을 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분석을 해봤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통계는 반대다. 먼저 득점이 관중 동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니, 득점이 적을수록 관중들은 더 많이 오는 반비례 경향을 보였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 시즌 관중 수와 경기당 득점은 다음과 같다. 2001년 이전에는 현재처럼 54경기가 아니었다. 이전 시즌들은 경기 수가 달랐으므로 제외했고, 경기 수가 같은 17년간의 데이터만 보았다. (1997년 프로농구 원년에는 한 시즌에 한 구단당 21경기, 2000년까지는 45경기, 2001년부터는 54경기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프로농구 관중은 2011년과 2013년에 130만 명을 넘기며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관중 수는 파랑) 경기당 평균 득점은 프로농구 원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80점 선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그러다 2009년 처음으로 70점대를 기록하다가 2012년을 기점으로 상승 중이다.(득점은 주황)
다른 통계적 툴을 쓰지 않아도 그래프만 보면 알 수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과 관중 동원은 아무 관계가 없다. 2017-2018시즌은 14년 만에 최고 득점을 기록했지만 관중 수는 처참했다. 추정치지만 간신히 8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 관중 동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당 득점과 관중 동원은 관계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반비례 관계였다. 두 변량에 대한 관계 정도를 측정하는 상관계수(相關係數, correlation coefficient)를 통해 상관성을 분석했다.
22시즌 전체 기간 동안 경기당 득점과 관중 동원은 상관계수가 -0.79였고, 54경기로 한 시즌을 치렀던 17년간 동안은 상관계수가 -0.54였다. 강한 음적 상관관계로 반비례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22시즌동안 관중들은 득점에 관계없이 경기장을 찾았거나 반대로 득점이 적을 때 경기장을 찾았다.
억울한 용병들, 범인은 3점슛!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용병 신장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KBL 설명대로 이 시기에 득점이 확실히 하향세로 변한다.(빨간색 칸) 2009년은 프로농구 원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득점이 80점이 떨어졌다.(초록색 화살표) 2009년을 시작으로 계속 떨어지다 2012년 최저치를 찍고 다시 상승 중이다.(주황색 실선) 그런데 이 시기에도 반비례 경향이 나타난다. 용병 키제한이 없었던 시절에 득점은 줄었지만 관중들은 더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용병 신장 제한이 없었던 첫 해, 2008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8년 평균 득점은 82점으로 오히려 신장제한이 있었던 2007년보다 81점으로 득점이 1점 상승했다.
득점이 감소하기 시작한 해는 용병들 키 제한이 없었던 2008년이 아니라 2009년부터이다. 2009년은 농구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농구 코트가 변한 것이다. 공격자에게 유리한 노차지존이 생겼지만 3점 슛 라인이 50cm 멀어졌다. 골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당연히 성공률은 떨어지고 득점은 줄게 된다.
초창기 농구에는 3점 슛이 존재하지 않았다. 1984년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6.25m 반원을 코트에 그리며 3점 슛의 시대가 열린다. 그 후 25년 동안 6.25m의 3점슛 라인을 사용했고, 2010년부터 FIBA에서는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되었다 판단하여 6.75m(양 측면 6.6m)로 변경한다. KBL은 국제 규정에 맞춰 프로 출범 당시부터 6.25m를 사용하였다가 2009-2010 시즌부터 FIBA 개정에 맞춰 6.75m로 변경한다.
프로 원년부터 2008년까지 6.25m 3점슛을 13년 동안 한 구단이 한 경기에서 평균 7.4개를 성공시켰다.(아래 주황색 실선) 그러나 3점슛 거리가 50cm 늘어나자마자 바로 성공 개수가 줄었다. 2009년부터는 6.4개, 그다음 해에 6.4개, 그 다다음해에 6개였다.(초록색 화살표) 구단 당 3점 슛 1개 이상이 감소한 했다. 점수로 환산해보면 경기당 3점슛 2개를 넣지 못한 것이니깐 결과적으로 경기당 6점이 감소한 것이다.
득점과 관계가 있는 지표는 3점슛이다. 올해는 리그 3점슛 성공 개수가 7.3개로 3점슛 거리가 늘어난 2009년도 이후 8년 만에 7개를 넘겼다. 스테판 커리의 영향인지 변화된 3점 슛 라인에 적응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3점이 늘어서인지 득점도 늘었다.(득점은 파란색)
상관 계수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수치는 아니기 때문에 상관계수가 높다고 해서 3점 슛이 득점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3점슛과 평균 득점은 강한 상관성을 보였다. 3점슛을 많이 성공하면 득점도 늘어난 것이다. 3점슛 성공 개수와 평균득점의 상관계수는 +0.68이었고, 3점슛 성공률과 평균 득점의 상관계수는 +0.54였다.
KBL은 틀렸다. 숫자는 이렇게 말한다.
득점과 관중 흥행은 상관이 없거나 득점이 적으면 관중이 많이 오는 경향성을 띤다.
용병 키 제한이 없던 첫 해에는 오히려 득점이 늘었다.
득점 하락의 이유를 높은 상관성을 보여준 3점슛에서 찾아야 한다.
용병 키 제한이 없던 시절에 관중 동원 최고 기록을 경신한다.
근데 왜 다시 제한하려고 하는거지? 너 X맨이지? 안그래도 팬들이 없는데 더 못 오게 하려고?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