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
1.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하는 식이요법이다. 흔히 '저탄수-고지방식'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Low Carbohydrate-High Fat'을 줄여 'LCHF'라고도 한다. 또 체중감량에 효과를 밝힌 앳킨스 박사 이름을 따 '앳킨스 다이어트'라는 이름도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불리는 이름은 '케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이다.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기원과 관련 있는 네이밍이다.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원래 1920년경 미국에서 널리 시행되어온 뇌전증 치료법이었다. 뇌전증 환아에게 당성분을 완전히 소진시키고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게 했더니 경련에 도움이 되었다. 이후 항경련제의 개발로 점차 뇌전증 치료에 적용되지 않다가 1980년대 중반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약 50명의 난치성 소아뇌전증 환아를 대상으로 치료한 결과 80% 이상 환자에게서 항경련의 효과를 확인했다.
몸에서 에너지원을 얻을 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순으로 분해한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부족하게 되면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지방을 분해하면서 케톤이라는 물질이 나온다. 이른바, 케토시스(ketosis) 상태를 유지하며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저탄수-고지방식(이하 케토제닉 다이어트) 원리다. 처음에 시작되었던 뇌전증 환아에게서도 케토시스 상태에 이를 때 경련이 억제된다고 하는데 왜 케토시스 상태가 경련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세의료원 홈페이지 참조
2.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사람들의 생각을 정면으로 뒤집는 방식이었다. 케토제닉 다이어트 이전에는 칼로리가 큰 고기류를 먹지 않으며 지방을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일반적이었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다이어트들이 많이 있었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아예 "0"으로 줄이기 때문에 상당히 급진적이다.
현재까지도 케토제닉 다이어트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논쟁이 많기 때문에 정량화된 의학 논문을 통해 숫자로 알아보자. 1990년대 서구권에서부터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2000년대 초반 그 효과를 검증하려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양을 줄여 케토시스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의학논문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극단적인 식단은 아니었다. 보통 탄수화물을 섭취량을 하루에 50g 이하로 조절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Low-carbhydrate diet)와 이전 일반적인 다이어트 방법인 저지방 다이어트(Low-fat diet)를 비교하였다.
체중 감소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23개 의학논문 중에 21개에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하였다. 대다수 연구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저지방 다이어트보다 체중감량에 있어 효과적이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그룹은 저지방 다이어트 그룹의 2-3 배만큼 체중 감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경우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는데 각 논문들의 대상 환자, 탄수화물 제한의 양, 연구기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각 논문들은 비만환자, BMI 수치가 43 이상인 심각한 비만 환자, 청소년 비만환자, 당뇨 및 폐경 여성 등 다양한 대상으로 하였고, 짧게는 6주 길게는 1년 이상 장기간 진행되었다.
참고자료: https://www.healthline.com/nutrition/23-studies-on-low-carb-and-low-fat-diets#section3
체지방 감소
2010년 내과학회에 발표된 논문은 미국에서 건강한 사람을 진행한 연구한 논문이다. 1년 동안 148명 참가자를 저탄수화물 군, 저지방 군으로 나누어 정기적으로 영양 상담을 받게 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이어트를 진행한 두 군 모두에서 체중 감소가 있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저지방 다이어트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할 수준으로 몸무게가 감소했다.(P= 0.002) 나아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군에서 12개월간 지속적으로 체지방이 감소했다.(P=0.011) 그러나 저지방 다이어트 군에서는 오히려 다이어트하기 전보다 체지방이 늘어나기까지 했다! (놀랍다!)
참고자료: Effects of Low-Carbohydrate and Low-Fat Diets(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4)
혈중 지질 Profile 개선
삼겹살을 먹은 뒤 프라이팬을 보면 하얗게 굳어버린 기름을 볼 수 있다. 삼겹살은 포화지방이 많아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포화지방은 심혈관 관련 위험을 준다고 알려졌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을 높여 동맥 내벽에 플라그가 축적돼 동맥경화와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얗게 굳은 지방은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심혈관계 위험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숫자는 다르게 이야기한다.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를 시행한 사람들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상당량의 지방 섭취를 했지만 혈중 지질 수치들이 좋아졌다. 2012년 미국 의학지에 발표된 논문은 이전의 23개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총 2,788명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고,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와 저지방 다이어트 군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 결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저지방 다이어트와 비교했을 때 여러 혈중 지질 수치들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 혈액 속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의 총량인 Total Cholesterol(2.7 mg/dL; 95% CI: 0.8, 4.6),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Cholesterol (3.7 mg/dL; 95% CI: 1.0, 6.4)이 줄었다. 중성지방을 뜻하는 Triglycerides(-14.0 mg/dL; 95% CI: -19.4, -8.7)은 가장 많은 감소가 있었던 지표였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Cholesterol (3.3 mg/dL; 95% CI: 1.9, 4.7)은 증가했다. 끝으로 논문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계 위험에 대해서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한 연구라고 말한다.
참고자료: Effects of Low-Carbohydrate Diets Versus Low-Fat Diets on Metabolic Risk Factors: A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s(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2012)
3. 케토제닉 식단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케토제닉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0"에 가깝게 섭취하여 지방을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한다. 하루 섭취량을 100%라면 탄수화물 0~10%/ 단백질 10~30%/ 지방 60~90%으로 구성한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버터, 치즈를 주로 먹는다. 예를 들어, 갈비탕과 삼계탕을 먹을 때 밥은 빼고 고기만 먹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저탄수화물을 다이어트 군에서 저지방 다이어트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케토제닉 식단은 아마도 한 번에 많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지방을 많이 먹는 것보다 '당'을 제한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하루 20~50g(밥 반 공기, 빵 2조각)만 섭취하고, 설탕을 포함한 당(糖)이 든 식품은 피한다. 콜라, 주스, 캔디, 초콜릿을 참아야 한다. (존버ㅠㅠ) 탄수화물은 하루 20~50g(밥 반 공기, 빵 2조각)만 섭취하고, 설탕을 포함한 당(糖)이 든 식품은 피한다.
4. 제한점
지난해 10월, 5개 전문학회(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가 장기적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고, 건강과 영양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1&aid=0008779103&sid1=001)
학회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가 탄수화물을 전체 칼로리의 5~10%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지방 섭취를 70% 이상으로 늘리는 비정상적인 식사법이라고 지적했다. 일상에서 문제가 되는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앞서 체중 감소를 분석한 Authority Nutrition에서는 다르게 말한다. 23개 논문 중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건수가 '0'건이라 한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잘 견딜 수 있고, 뛰어난 안정성(outstanding safety)을 보였다고 말한다.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급진적이며, 극단적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거부한다. 지방 섭취에 따른 혈중 지질 수치 증가를 부정한다. 지난 몇십 년간 이어온 상식을 부정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까지 탄수화물을 제한해도 안전성이 확보되었는지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 당뇨,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탄수화물 20g까지 내렸지만 안전했고, 기저질환이 없는 복부 비만 대상으로 하루 섭취량을 탄수화물 4%, 단백질 5%, 지방 61%까지 내려도 1년간 안전했다.
(참고자료: McAuley KA, Smith KJ, Taylor RW, et al. Long-term effects of popular dietary approaches on weight loss and features of insulin resistance. Int J Obes (Lond) 2006;30(2):342–349 / Yancy WS, Jr, Olsen MK, Guyton JR, et al. A low-carbohydrate, ketogenic diet versus a low-fat diet to treat obesity and hyperlipidemi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nn Intern Med. 2004)
* 아무리 그래도 숫자는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다이어트 중 몸이 아프다면 꼭 병원에 가자! 개인이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다이어트는 스스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