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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Feb 05. 2018

자유투에 자유를 허하라

'자유투는 어떻게 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1. 언더핸드 슛의 기원

 대범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백호. 그도 당황할 때가 있다. 주장인 채치수를 덩크로 내리치고 농구부에 들어간 지 얼마 안돼 처음으로 자유투 라인에 섰다. 할 줄 아는 슛이라고는 덩크와 풋내기슛(레이업슛)이 다인데 5.8m의 거리에서 슛을 쏴야 한다니! 게다가 신입생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줘야 할 동료들은 어차피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 말 대잔치다. 정대만은 뒤쪽을, 송태섭은 앞쪽을 겨냥하라고 하지만 강백호에게 더욱 혼란을 줄 뿐이다.


 강백호는 국가대표 출신의 유명 대학 감독이었던 안선생님도 인정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이들을 보고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바로 언더핸드(Underhand)슛이다. 경기를 보고 있던 해남부속고등학교 감독은 "과거 저 자세로 자유투를 던졌던 NBA 선수가 있었다. 녀석이 그걸 알고 있는 걸까?"라고 말한다. 강백호는 몰랐을 테지만 캐릭터 이미지 대부분을 NBA에서 가져온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분명 알고 있었다.

슬램덩크 강백호 (대원씨아이)


 NBA 대세 구단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GSW)의 레전드인 릭 베리(Rick Barry)이다. 1965년에 NBA에 데뷔해 15년간 1020경기에 출전 평균 24.2득점했다. 통산 자유투성공률 무려 89.3%을 기록한 뛰어난 슈터였으며  2m2의 큰 키로 6.7리바운드, 4.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완성형에 가까운 슈터였다. 3점슛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의 슛 능력을 고려했을 때 요즘에 뛰었다면 더 많은 득점을 했을 것이다. 릭 베리는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했던 선수로도 유명하다. 한때 릭 배리의 팀메이트였던 마이크 던리비는 ‘릭베리를 UN으로 보내면 3차대전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릭베리는 간혹 과한 승부욕으로 팀 동료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언더핸드 슛은 조금 우스꽝스럽지만 메커니즘이 안정적이며 간단하다. 중심이 낮아져서 힘을 사용하기 용이하고, 오버헤드 슛보다 팔의 관절 가동범위를 줄여 직선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자존심이 강했던 던 릭베리가 조금은 엉거주춤한 폼으로 비웃음을 살 때 더 많은 득점과 확률을 가져왔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언더핸드 슛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 중에 사용하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공을 던지는 타점이 너무 낮고, 드리블 이후 언더핸드 슈팅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보통 두 가지 형태의 슈팅 자세로 게임을 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언더핸드는 아마도 강백호나 릭 베리 같은 천재들을 위한 슈팅이 아닐까 싶다.


2. 자유투는 자유롭게 쏠 수 있다? 

17-18 KBL 경기규칙 참조


 17-18 KBL 경기 규칙 제 43조에 자유투에 관한 룰을 위와 같이 규정한다. 자유투에 관한 규정은 5초라는 시간적 제한과 자유투라인이라는 공간적 제한만을 둘 뿐이다. 시간과 장소만 지킨다면 어떤 형태로 자유투를 시도할 수 있다. 강백호나 릭 베리처럼 언더핸드로 던지거나, 팔을 머리 위까지 올리는 오버해드(Overhead)로 림을 향해 던져 클린 샷을 노리거나, 백보드를 이용하거나 어떠한 방법으로든 가능하다.

 

3. 클린슛 vs 백보드슛


 현재 KBL에서 언더핸드를 사용하는 선수는 없다. 보통 백보드를 맞추는 백보드 슛과 바로 림을 겨냥하는 클린 슛을 사용한다. 2월 2일 기준으로 KBL 자유투 성공률 TOP20 선수 중에 18위 김태술(서울 삼성) 한 명만이 백보드 자유투를 사용한 선수였고, 나머지 선수들은 클린슛을 사용한다. 순위 이외에도 14-15시즌 자유투성공율 1위였던 이재도(안양 KGC), 박찬희(인천 전자랜드)가 백보드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선수이다. 은퇴한 선수들 가운데 컴퓨터슈터 김현준, 람보슈터 문경은이 백보드를 잘 활용했다.  


 자유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장신 선수들이 백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백보드를 사용하면 '백보드만 겨냥하면 된다'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NBA스타 샤키 오닐이 그랬고, KBL에서는 하승진(전주 KCC)과 로드 벤슨(원주 DB)이 있다. 로드 벤슨은 통산 362경기에서 자유투 성공률이 61.4%, 하승진은 통산 300경기에서 51.2%를 기록했다. KBL 초기에 로드 벤슨은 바로 림을 노리는 클린슛을 사용했지만 많은 한국 선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백보드슛으로 전향한 케이스이다. 대부분 KBL 용병들은 클린 슛을 사용하고, NBA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NBA 선수들이 뱅크슛을 잘 던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별로 멋지지 않기 때문(It’s just not cool)”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심미적인 관점에서는 개인 차가 있지만 말이다. 

백보드슛과 클린슛

4. 어떤 슛이 더 정확할까? 


 당초에는 백보드를 사용하는 선수와 클린 슛을 사용하는 선수들을 데이터 비교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KBL에서 백보드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적고, 경기당 자유투성공횟수가 1.5개 이하 선수들은 성공률 랭킹에 인정하지 않는 최소 요건이 있어서 경기당자유투 성공 횟수를 못 채운 데이터를 유의미한 데이터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예를 들어, 2월 2일 기준 조성민(창원 LG)은 경기당 평균 1.4개 성공에 88.3%를 기록했지만 순위에 없었다. 반대로 김영환(부산 KT)은 경기당 평균 1.6개 성공 75.6%를 기록해 자유투 성공률 부문 7위에 랭크되어 있다. 성공 횟수에 따라 순위권에 급-진입하고, 급-없어지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슬램덩크를 돌아가 보자. 전국대회까지 진출한 북산은 풍전고를 만난다.  '에이스 킬러'로 악명 높은 남훈에게 서태웅은 왼쪽 눈을 가격 당한다. 한쪽 눈만을 떴을 때 거리감이 더 나빠진다는 것을 감지한 서태웅은 양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킨다. 이 장면도 NBA 한 장면을 차용했다. NBA 루키였던 무톰보는 '당신은 아무리 농구의 신이라도 눈감고는 자유투는 못 넣을 거야'라고 자유투를 쏘러 가는 마이클 조던에게 도발을 건다. 당시 황제로 군림하던 조던은 루키의 장난이 귀엽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킨다. (실제 영상: https://youtu.be/2-wZBH734tU)


 '몸이 기억하고 있다...' 서태웅은 자유투를 성공시키고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마이클 조던도 비슷한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실 슛의 형태보다는 얼마나 자신만의 폼을 몸으로 체화(體化;Muscle Memory)시켰는지가 중요하다. 맨채스터 대학교 리처드 박사는 'Muscle Memory'를 연구하기 위해 반복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의 뇌를 MRI를 통해 관찰했다. 슈팅을 던지고, 실패했을 때 수정해 다시 던지는 것과 같이 움직임을 재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뇌에서 비인지적인 감각 수용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깨닫지 못하는 중에 근육은 계속적으로 기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떤 슛 폼이 아니라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몸이 감각을 기억하고, 더욱 세밀한 감각을 경기 중에 발휘할 수 있게 돕는 게 낫다. 그렇다면 자유투 자유롭게 놔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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