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서장훈와 비교하면 어떤 선수일까
1. 네가 아프니깐 나도 아프다?
라건아의 국가대표 데뷔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19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이하 FIBA 예선)이 2월 23일 금요일에 홍콩전, 2월 26일 월요일에 뉴질랜드전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홈경기와 원정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열린 지역예선에서 한국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중국에게 1패를 안은 허재감독은 이번 홈 2연전에서 2승을 노린다.
현재 대표팀은 성한 사람보다 아픈 사람이 더 많다. 부상으로 갓 복귀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준용(서울 SK), 두경민(원주 DB), 허훈(부산 KT) 등 가드 라인은 부상에 시달리며 소속팀에서 최근에 경기를 못 뛰었거나 실전 감각을 익히기 시작한 선수들이다. 허재 감독 입장에서는 별다른 옵션이 많지 않아 보인다. 접전이 예상되는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경기력이 올라온 박찬희(인천 전자랜드), 이정현(전주 KCC), 지난 뉴질랜드전에서 미친 3점 확률(6/8)을 보여준 전준범(울산 현대모비스)이 많은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밑은 거의 초토화다. 센터 이종현(울산 현대모비스)은 아킬레스건 수술로 올해는 아예 농구 코트를 밟지 못하게 됐다. 유도 선수 출신, 힘꾼 이승현(국군체육부대)은 발목 수술을 받아 국가의 부름을 받들지 못했다. 남아 있는 선수들도 정상이 아니다. 에이스 역할을 했던 오세근(안양 KGC),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높이를 가진 김종규(창원 LG)는 소속 팀 경기를 온전히 뛰지 못한 몸상태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2. 건강한 아이, 건아(健兒)
이 가운데 라건아의 대표팀 합류는 반가운 소식이다. 영어 이름은 리카르도 라트릴프(Ricardo Ratliffe). 1월 법무부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과 '대한건아' 라건아(羅健兒)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라건아는 외국 프로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KBL로 직행한 케이스이다. 대학교 시절 준수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NBA에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했다. (라건아의 드래프트 동기생으로 앤서니 데이비스, 데미안 릴라드가 있다) '199cm'라는 신장의 한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키가 작아 서러운 일이 많았던 라건아는 마찬가지로 장신군단 이란, 중국에게 번번이 아시아 패권을 내줘야 했던 대한민국에서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라건아는 한국에서 2012-13 시즌부터 프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외국인 용병은 한 팀에서 3년까지만 뛸 수 있는 KBL 규정에 따라 2015-16 삼성 썬더스로 이적해서 현재까지 뛰고 있다. 6년간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용병이다. 라건아의 최대 장점은 골밑 장악력이다. 작은 신장에 불구하고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리바운드하고 득점한다. 라건아는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매경기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59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농구상식: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등 농구 기록 부문 2가지에서 두 자릿수 수치 기록) 한국에서 처음 찾아온 부상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지 모른다.
두 번째는 속공 가담 능력이 뛰어나다. 라건아는 자신의 진영에서 수비 리바운드를 잡고, 어느새 상대방 진영에 득달같이 달려 득점을 한다. 육중한 몸으로 상대진영으로 전력질주로 뛰는 모습은 그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육상 선수 출신인 라건아는 농구 코트를 육상 트랙처럼 사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셋째, 건강하다. 올해를 제외하고는 6년간 라건아가 결장한 정규리그 경기 수는 단 1경기이다. 5년간 개근을 했다. 웬만하여서는 다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키는 작아도 힘이 세고, 잘 달리며 건강한 농구선수가 바로 '라건아(健兒)'이다.
3. 서장훈과 김주성과 비교한다면?
지난해까지 외국인 용병으로 생각했던 선수가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국가를 대표해 뛴다니 지금까지도 실감이 안 난다. 라건아가 걸어왔던 지난 6년간 프로에서의 기록을 통하여 그가 어떤 선수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비교 대상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주성(원주 DB)과 국보급 센터이자 현 예능인 서장훈(은퇴)이다. 김주성과 서장훈은 야오밍이 이끄는 중국을 제치고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으며 프로농구에서도 최고 연봉을 받던 토종센터들이다.
서장훈과 김주성은 프로필상 205cm이지만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서장훈은 정확한 슛과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기술자이다. 김주성은 장신이면서 빨라서 속공과 블로킹을 잘했다. 현 소속팀인 DB는 김주성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윤호영-벤슨을 잇는 '동부산성'을 만들었다. 그의 전성기에 동부는 높이를 무기로 저득점 경기를 주도하며 경기에 승리했다. 둘 중에 누구와 비슷한지 굳이 뽑자면 빠르고, 잘 달린다는 면에서 김주성을 꼽겠다. 물론 엄청난 파워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라건아, 김주성, 서장훈의 데뷔 시즌부터 6년 차까지 기록을 비교했다. 쿼터별로 용병 출전이 제한되어 있는 KBL 제도상 라건아가 출전시간이 김주성과 서장훈보다 낮은 것을 감안해 2차 스탯을 사용했다. 기준이 경기 당이 아니라 100번의 기회이다. 공격 기회 100번 중 혹은 수비 기회 100번 중 얼마나 많이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로킹, 턴오버 수치를 기록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라건아는
1) 뛰어난 리바운더이다. 세명 중 가장 작은 키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높은 리바운드 능력을 가졌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 얼마나 골밑에서 치열하게 공을 따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세 명 중 가장 높은 어시스트 능력을 가졌다. 턴오버 대비 어시스트 능력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턴오버도 세명 중 가장 적었다. 순간 판단력이 빠르고, 동료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다.
3) 블로킹 능력은 김주성보다 못하고, 서장훈보다는 나았다. 김주성은 100번의 블로킹 기회에서 3.61개의 블로킹을 해냈다. 서장훈은 1점대에 그쳤다.
4) 공격과 종합적인 지표에서는 서장훈에게 조금 못 미쳤고, 김주성보다는 나았다. (아래표 참조)
위 지표는 선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나타낸다. 라건아는 서장훈과 비슷하고, 김주성보다 나은 수치를 나타냈다. EFF(Efficiency)는 개별 선수의 생산력을 단순하게 측정하는 수치로 득점, 리바운드, 야투 실패 등을 반영한다. 단순한 공격적 능력으로 보면 좋겠다. GmSc(Game Score) 역시 비슷한 개념이다. 개인 기록을 통해 해당 선수가 얼마만큼 관여해서 득점을 생산해냈느냐를 평가한다. 선수생산성지수(Player Efficiency Rating)는 리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한다. ESPN의 기자 존 홀린저가 고안한 2차 스탯으로 각 시즌의 리그 평균을 15로 고정하여 평가한다. 예컨대 22.5 이상이면 올스타 선수, 25이면 MVP 경쟁 가능한 선수로 각 수치마다 선수가 리그에서 어떤 수준에 있는지 평가 가능하다. PER에 따르면 세 선수다 6년간 올스타급 활약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자! 바로 내일부터다. 과연 라건아가 국가대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