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계속되지 않는다
1. 리우에 닥친 올림픽 포비아(Olympic Phobia)
사진가 마리오 타마(Mario Tama)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하 리우 올림픽)을 치른 7개월 후인 2017년 3월에 리우를 찾았다. 몇 달 전 축제가 펼쳐졌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버려져있었다. 그는 "세계적인 행사가 열렸던 곳이라기보다는 미드 '워킹데드(Walking Dead)' 의 한 장면에 가까웠다"라고 전했다.
리우 올림픽이 역대급으로 저렴하게 치른 올림픽이었음에도 저주는 여전하다. 올림픽 직전 2016년 리우 주정부 재정적자는 3조 원에서 올림픽 이후에는 약 6조 원까지 치솟았다. 개·폐회식 장소였던 마라카낭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후 의자와 배선 도난사건이 잇따르면서 사실상 폐쇄됐다가 최근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도 17층짜리 고층 맨션 31개 동으로 이뤄진 선수촌의 분양률은 10%를 밑돌고, 각종 경기시설 활용도 극히 미미하다.
더 큰 문제는 치안이다. 올림픽 이후 주 정부 소속 경찰 공무원은 감소하고 있고, 남아 있는 경찰관에게도 임금과 수당은 물론이고, 방탄복 등 필수 장비도 제대로 보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리우 주 정부 산하 공공치안연구소(ISP)에 따르면 지난해 리우 주에서 발생한 폭력사건 사망자는 6천여 명으로 2008년 빈민가에 경찰평화유지대(UPP)가 설립한 지 8년 만에 최대 수치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리우 주에서는 6천여 번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하루 평균 16번씩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2. 축제의 대가는 크다
과연 리우만 그럴까? 2004년 아테네 하계 올림픽 이후 그리스도 재정 적자가 급증했고, 각종 부정부패가 드러나며 구제금융을 받았다. 대가는 컸다. 우리나라 IMF 때처럼 정부 주도하 긴축정책은 물론 국가 핵심 사업들을 외국 기업에게 넘겨야만 했다. 그리스 핵심 산업이었던 항만 산업은 중국 국영 해운사인 차이나코스코에 넘겼고, 유명 관광지인 산토리니섬, 크레타섬의 공항을 포함해 14개 공항 운영권을 독일의 공항운영회사인 프라포트에 팔았다.
1984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은 대회 전후부터 인플레션에 시달려 정확한 금액을 산출하기 어렵지만 각종 올림픽 시설이 대회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흉물로 방치됐다. (관련 영상 - https://youtu.be/ew9Xio6Zo6w)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은 약 29조 원을 투입했지만 개최가 끝난 후 나가노는 관광도시로 유명해지기는커녕 시설 유지비로 빚더미에 시달렸다.
평창을 4표 차로 이긴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은 러시아 정부가 역대 최고 금액인 510억달러(약 55조원)를 투자했다. 투자 대비 효과는 미미하다. 거대한 겨울 스포츠 시설을 만들었지만 겨울 평균 온도가 4°C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이용객은 많지 않다. 산으로 가는 기차 운행 간격은 줄어들었고, 호텔과 식당 등 주변시설도 국가가 투자한 것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CNN 뉴스 - https://youtu.be/lL3OyPjqILA)
한국은 어떨까? 인천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공적자금 2조 2억 원이 투입하여 경기장 17곳이 신축하고, 12곳은 보수했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준비에만 발행한 지방채가 1조 2천억 원이다. 시작할 때부터 1조의 빚으로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많은 경기장을 운영하면서 적자가 매년 쌓여 나간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지난해에도 24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유지관리비는 39억 원인데 수익은 15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3년간 적자가 71억 원에 이른다.
3. 평창 올림픽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
올림픽을 치른 나라에서 극심한 재정 악화가 찾아오는 이유를 꼽자면 대표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인천이나 나가노처럼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 만든 경기장이 국가 재정을 좀 먹는 것이다. 거대 경기장을 건립해놓고 유지비보다 적은 이익을 낸면서 매년 적자는 쌓이고,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사람들이 올림픽 이후에도 찾아오는 '지속 가능한' 경기장을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평창 올림픽 경기장들 13곳 가운데 대부분 관리주체와 활용방안에 도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평창 올림픽 경기장들은 '지속가능한 경기장'으로 만들기에 아주 불리한 조건을 갖췄다. 첫째는 인구이다. 기존의 경기장을 값싸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체육 센터 형태로 원형 그대로 두는 것이다. 개막식이 있었던 주경기장은 35,000석 규모에서 5,000석 규모로 축소하여 생활체육 시설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평창은 최근 20년간 동계 올림픽을 치른 도시들 중 가장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인구 4.4만 명의 평창에서 생활체육인이 얼마나 많을까! 게다가 평창군은 2012년부터 이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평창군 횡계리 주민은 4천 명이다. 이들만으로 이익을 재창출하기 어렵다. 어떤 스포츠 시설로 리모델링할지 모르겠지만 외부 인구 유입 없이는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 종목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이 개최되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도 마찬가지다. 인구 21만 명으로 평창보다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강릉에는 이미 생활체육 시설은 많고, 이용해야 할 인구가 적다.
둘째, 날씨다. 개막식에서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냈지만 장기적 수익 창출하는 데는 큰 걸림돌이다. 정선 알파인 스키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길게 잡더라도 5개월이며, 비수기에는 테마파크와 생태 체험 시설로 돌리겠다는데 구체적인 계획안은 나오지 않았다. 연중 내내 제빙해야 하는 빙상장, 하키장들은 여름철에는 더 많은 시설 유지비가 든다. 다행히 하키센터는 대명홀딩스가 관리 위탁을 맡기로 했다. 대명홀딩스는 강릉을 연고로 실업 및 유소년 아이스하키팀을 창단, 하키센터를 홈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민간 위탁이 어려운 시설들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유지 문제로 원래 계획은 철거키로 한 시설이지만 지난달 제8차 평창동계올림픽대회지원위원회에서 존치를 확정했다.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해 전용 훈련시설로 활용할 예정이지만 막대한 유지비를 감당할 관리 주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4. 올림픽을 반대한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곧 평창의 현실이다. 평창 올림픽 경기장들의 사후 방안이 자생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 건립된 경기장들은 프로축구팀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 맡길 여력이 있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그래도 인천에서 펼쳐졌으며 동계 올림픽보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종목이 많았다. 그렇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은 인구와 기후, 지리, 체육 환경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한 조건이 많다. 평창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포비아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올림픽 개최를 스스로 포기하는 도시가 속출하고 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와 이탈리아 로마가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베트남은 이미 개최가 확정된 2018년 아시안게임을 개최권을 반납했다. 그렇기 때문에 IOC에서는 이미 확정된 올림픽에서도 시설물 건립을 최소화는 방안을 장려하고 있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비용 절감을 위해 조정과 카누 경기를 한국 충추에서 분산 개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계획이 있었다면 지속가능한 경기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사용됐던 경기장들은 설계부터 해체와 변형, 재조립을 구상에 넣었다. 우사인 볼트가 1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던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은 현재 축구장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고, 콘서트장으로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관련영상: https://youtu.be/1iYpODEoLd4)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지은 수영 경기장은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실내 워터파크로 바뀌어 다시 문을 열었다.
나는 올림픽을 반대한다. 앞으로 이 땅에 열릴 국제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반대한다. 통일 대한민국 시대에 인프라 확충 계획과 연계된 이벤트라면 찬성할 수 있겠지만 너무 먼 이야기이다. 개막식에서 김연아의 우아한 연기,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거대한 드론 공연,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선수들의 퍼포먼스... 우리는 이 앞에서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속 가능한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서 마지막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 국민 모두가 평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올림픽 이후의 평창을 생각해야 한다. 흔한 클리쉐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