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외향형(E) 집순이.

bgm : Ariana Grande -pov

by 민서

나는 외향적 집순이이다. 집순이들은 다 내성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나온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집순이도 모두 하나같이 집순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집순이는 방치형 집순이와 활발형 집순이로 분류할 수 있다. 방치형은 말 그대로, 집에 방치된 집순이다. 누워서 뒹굴뒹굴하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집순이들이다. 존경스럽다.


반면, 활발형 집순이는 가만히 엉덩이를 놔두지 않는 집순이다. 취미 생활을 적어도 10가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흔히, 이런 사람들을 보고 ‘일을 만들어서 한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일부분 맞는 말이긴 하다. 취미 생활을 위한 시간이 항상 모자라다. 난 집에서 무진장 바쁜 집순이다.

온종일 집에 있으니, 언제든 불러도 나올 수 있지 않냐는 사람들이 있다. 또, 불렀지만 왜 나오지 않냐며 되묻는 귀여운 녀석들이 있다. 이건 집순이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안 좋아서, 혹은 우울해서, 뛸 듯 기뻐서. 다양한 이유로 집에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노동의 시간에는 시급도 없다. 아! 내 돈. 갑자기 불러내 잡는 약속은, 주말에 등산 가자며 직원을 불러 모으는 부장님과 일맥상통하는 만행이다. 아직도 불러내면 안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은가? 떼잉. 우리 집순이 군단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내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때 나는 남이 약속을 잡으면, 무조건 찬성하는 yes 족이었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가고 싶어 하기에 가줬고, 먹고 싶지 않지만, 먹고 싶어 하기에 먹었다. 친구들과 데이트하는 시간은 보내면서. 나와 데이트하는 시간은 보내지 않았다. 친구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은 알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데이트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미국의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pov’라는 노래가 있다. ‘point of view’라는 말의 줄임말인데, 이 단어의 뜻은 ‘관점’이다. 노래의 내용은 네가 나를 사랑하는 그 관점으로 나를 사랑하겠다는 것이다. 와우. 남을 사랑하고 좋아할 때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정작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은 언제나 나를 떠날 수 있는 존재이다. 나를 찾기 위해,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집순이가 된 나의 이유였다. 그 장소가 집이던, 밖이던 ‘혼자’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내버려 두 길. 자. 이제 집순이를 불러내면 안 되는 이유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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