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Anne Marie - Perfect to Me
자존감. 이 자식. 자신감과 글자 하나 차이인데 참. 키우기 어려운 자식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춤을 배워왔다. 전국 대회도 나간 적이 있고, 장르 불문 다양한 춤을 배웠다. 그래서 춤만큼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춤을 잘 춘다고 해서 자존감이 오르진 않았다. 춤을 추며 길거리를 나다닐 수도 없으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춤으로 인사를 건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자존감이 될 수 없다.
나는 넘쳐나는 자신감과는 다르게 자존감은 굉장히 낮은 아이였다. 삼 남매 중 둘째인 나는 위아래와는 다르게 아주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작은 눈과 숨만 쉴 수 있는 낮은 코. 위아래와는 매칭되지 않는 도톰하고 큰 입술. 엄마는 나를 낳고, 아이가 바뀐 것이 아니냐 물었다고 한다. 하하(씁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동생과는 달리 나는 매우 통통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리 가족과 아빠 친구를 만나게 되면 꼭 겪게 되는 시련이 있었다. 아빠는 오빠, 여동생, 나를 순서로 천천히 삼 남매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빠 친구분께서는 순서대로 한 마디씩 내뱉으셨다.
“아, 네가 첫째구나? 자식 훤칠하고 듬직하니 잘생겼네.”
“이야, 셋째가 엄청 이쁘장하니 귀엽게 생겼네. 아이고 이뻐라.”
“아, 네가 둘째구나? 하하.”
하하? 잘못 들었습니다만. 다들 왜 그리도 나에 대한 칭찬만 아끼시는지. 나 참. 이 정도의 비교는 사실 비교도 아니었다. 그날은 아빠의 생신 잔치로 아빠의 친구분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한 날이었다. 잡채를 무치고 있는 나를 향해 아저씨가 말했다.
“동생은 다리가 긴데, 언니는 키가 더 작은 건가? 다리가 더 짧네.”
혹시 잡채를 묻히다가 기분이 잡채(쳐) 본 적이 있는가? 난 손에 들린 잡채를 그 아저씨의 얼굴에 던질 뻔했다. 온갖 욕이 입안에서 머물렀지만, 차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나긴 했지만, 아빠의 기분 좋은 생신 파티일뿐더러, 그 아저씨의 말에 근거를 대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통통한 배와 바지 밖으로 탈출하려는 살들. 허벅지 사이는 서로 너무 친해 떼어질 생각이 없었다. 열심히 살을 뺐지만, 마르지 않았던 나. 살을 빼도 돌아오는 비교 섞인 말에 절망적이었다. 그날,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서 쓰고 펑펑 울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슬픔이 작은 눈에서 흘러나왔다.
하루는 엄마가 함께 장을 보러 가자며 나를 불렀다. 함께 걸으며, 엄마는 내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펑펑 울고 난 다음 날. 동생은 엄마를 찾아와 자신 때문에 언니가 불행한 것 같다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괜히 비교를 당한다며. 엄마는 내게 동생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냐고 물었다. 몰랐다. 어린 내 동생이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날. 나는 동생을 위해서라도 자존감을 가지기로 다짐했다. 자존감 키우기의 꽤 긴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바로, 동생 덕분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내 목표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좋은 이야기를 잔뜩 들어도, 나쁜 이야기 하나에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 내게 말했다.
“솔직히 처음에 딱 너랑 김을 보면, 귀여운 외모에 김에게 눈이 가는데. 넌 알면 알수록 반전 매력이 있어서 나중에는 너한테 눈이 가.”
뜨끔했다. 학교에서 노는 7명의 멤버에는 여자 셋과 남자 넷이 있었다. 여자 셋에는 김과 손 그리고 내가 있었다. 김과 손은 나보다 더 작고 귀여운 외모에 애교도 많았다. 반면, 나는 성격이 털털하고 귀엽게 생기지도 않았다. 그 아이의 말이 칭찬인지 험담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식 고맙다) 매력. 내게, 있는 반전 매력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 아이들에게는 없는데, 내게는 있는 매력.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가수 뺨치는 실력은 아니지만, 교내 동요 대회 수상 이력이 있는 노래 실력. 어렸을 때부터 갈고닦은 춤. 교내 포스터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타곤 했던 그림 실력. 내 할 말은 하고 사는 당당(?)함. 생각해 보니 내가 잘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노래도, 춤도, 그림도, 전공자와 비교하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평생 그들과 경쟁하며 살 것도 아니고, 내 삶의 영역에서 내가 가진 실력을 뽐내면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얼굴을 보며, 신세를 한탄하는 내게 엄마는 항상 말했었다.
“넌 너무 욕심이 많아, 재주도 많은데 얼굴까지 예뻐지려는 건 욕심이야.”
엄마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욕심을 버리자.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에라이. 모르겠다. 해보자.’라고 다짐할 수 있는 것도 당신의 재능일 수 있다. 난관을 빠르게 수용하고 일어설 수 있는 재능. 재능이라는 것이 꼭 남들보다 특출 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그려지는 것처럼. 재능은 똑같을 수 없다. 자신만의 생각과 매력이 담겼다면 그게 바로 재능이고 재주다.
I'm not a supermodel from a magazine.
I'm okay with not being perfect.
'Cause that's perfect to me.
난 잡지에 나오는 슈퍼모델이 아니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게 나한텐 완벽한 모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