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낚는 인생잡이

bgm : 백예린 - 물고기

by 민서


초등학교 1학년. 파가 나뉘었다. 김 씨 친구 파와 오 씨 친구 파. 나는 오 씨 파였다. 내게는 김 씨 친구의 행동이 재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흔히 일진이나 일장이라고 불리는 친구에게 실수로 물감통을 엎은 적이 있었다. 물감통을 가지고 걸어가던 와중, 옆에서 놀던 한 친구가 나를 쳤고 그대로 그 아이에게 엎어진 것이다. ‘어.. 미안!’을 외치고 부리나케 달려간 화장실에서 물감통을 씻고 있는데, 한 친구가 와서는 나를 데리고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많이 친하던 친구는 아니었는데, 나가지 말자며 함께 기다렸다. 정막이 흐르고, 몇 분 뒤 우리 반 여자아이들의 대다수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같은 반 여자아이들은 화장실에 내가 숨었다는 것을 알고는 나를 끌고 나오라는 일진의 명령에 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한 대 맞고 끝내라는 게 그 아이들의 의견이었다. 내 친구와 나는 화장실 칸에 계속해서 숨어있었다. 남자아이들은 노란 고무줄을 손에 끼워 고무줄 총을 만들고는 나를 맞추라는 명령에 따라 급식차 옆에 숨어있었다. 나중에는 교실로 오라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의견인지, 선생님의 의견인지 알 수 없었다. 한 30분을 그렇게 숨어있다가 나갔다. 선생님은 이 대참사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나오라고 말했고, 반에서 세 명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교탁 앞으로 나갔다. 보았는가. 이게 바로 초등학교 2학년 일진의 위력이다.

3학년 때는 김 씨가 이 씨를 따돌리자는 의견에 동참했다가 이 씨의 어머니께 혼나기도 했었고, 4학년 때는 단짝 친구와 새로 사귄 친구끼리 싸우느라 새우 등 터지는 꼴이었으며, 5학년 때는 여자 일진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일장이 맘에 안 든다는 여자아이를 직접 따돌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일장 여자아이가 내 옷이 자신도 있는 옷이라는 이유로 교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 명령을 듣고는 반에서만 있었다. 그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돌아가며 나에게 욕을 하라는 일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들의 욕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우는 나를 대신해 엄마는 그 아이들을 꾸짖었다. 남을 따돌렸던 내 행동은 화살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결국, 내가 따를 당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정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미 잘못 꿰어진 내 인생의 단추와 구멍은 서로 질기게 붙어서는 풀어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여러 번 꿰매고 푸느라 해진 내 인생.


상처가 많을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 내 인생은 글쎄. 이 정도 썼으면 여기서 단단하다는 말이 나와야! 있어 보이지만, 사실 난 별로 단단하지 않다. 솔직히 난 아직도 여리다. 아무래도 내 인생은 예쁜 옷이 되기엔 이미 그른 듯싶다. 구멍도 여기저기 나 있고, 칼 같은 바람이 아주 숭숭 들어오는 옷이다. 이 구멍을 메꾸기 위해 계속해서 헝겊을 덧대어 붙였지만, 본판이 망해서일까. 붙인 곳은 해질 대로 해져서는 자꾸 여러 개의 구멍을 만들어댔다. 나 참. 그래서 그냥 다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구멍 숭숭 난 그물처럼 쓰지 뭐. 그냥 구멍을 방치하기로 했다! 단단한 옷일수록 물에 담갔다 빼면, 무겁지 않은가. 반면 내 옷은 엄청 가볍다. 나는 무거운 물 대신 물고기를 가득 잡아 올리는 그물처럼 살기로 했다. 그냥 생긴 대로. 흠. 물고기를 가득 잡아 올리는 그물이 되려면, 꽤…. 많은 구멍이 필요하겠지? 구멍 난 인생이라고 하면 좀 웃기긴 하지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물고기만 잡을 수 있다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