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 + 1 이 좋은 거니까

bgm : 권진아 & 개코 - 마음이 그래

by 민서


1 + 1, 이거 진짜 끝내주는 마케팅 전략이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살 때면, 1 + 1이라는 문구를 가장 먼저 찾는다. 별로 안 좋아했거나 안 먹어본 것도 괜히 더 맛있어 보이는 것 같달까. 1 + 1 이 자꾸 끌리는 건 불량이거나 적은 양의 물건을 주는 게 아니라, 완벽한 모습 그대로의 완성품을 하나 더 주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2개’가 되는 거니까.

날씨도 좋고, 힘든 일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 될 게 하나 없는 하루인데. 그냥 이유 없이 몸에 진이 빠지는 날이었다. 단 게 당겼다. 하필 주머니 속에 하나쯤은 들어있던 젤리도 없었던 터라, 빨리 남자친구를 만나 이 씁쓸한 하루를 달콤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만나기 전까지는 걸을 힘도 없었는데, 만나고 나니까 살맛이 났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힘든 일은 없었냐는 물음에, ‘힘이 없네?ㅎ 오빠를 못 봐서 그랬나?’라고 말했다. 그 말은 듣고, 그는 잠깐 멈춰 서더니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내가 민서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날에는 옆에 있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는 날에 민서가 이렇게 힘들어하면 나 미안하고 속상할 것 같아. 우리 의존하지 말고, 의지하자. 나는 민서가 혼자 있을 때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민서라는 존재에 내가 이득이 되는 사람이어야지, 민서를 비워내고 그 반절에 내가 채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1 + 1이면 2가 되어야 하잖아? 1 + 1인데 하나가 되면 안 되니까. 우리 둘이 만나서 2가 되어보자. 그러니까, 의존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 떨어져 있어도 괜찮을 수 있게. 시간 갖자는 말 아니야. 나 민서 없으면 못 살아. 민서가 안정될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 거야. 그러니 우리 그렇게 같이 걸어보는 게 어때?”


각박한 사회 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남자친구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여기 있다.

어이가 없었다. 왜냐. 일단 첫째, 말을 너무 잘했고. 둘째, 그 말이 다 맞는 말이었으며. 셋째, 정곡을 찔려버렸다.

같은 하루를 보내도, 우리는 참 달랐다. 어쩔 수 없이 만나지 못하는 날에, 나는 속상해했고 그는 다음에 만나면 된다며 위로했다. 왜 나를 만나지 못하는데, 속상해하지 않을까?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사랑의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내가 어리석었다. 어쩌면, 그가 나를 더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려워하는 나의 부족함인데. 함께 채워주려는 마음이 너무 예뻤다. 그가 해준 말 중에는, 그 어느 것도 슬프고 아픈 말이 없었는데, 웃음이 아니라 울음이 났다.


감정이 많은 사람과 감정이 적은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감정선을 맞춰가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불필요한 감정을 덜어내서 나 자신 그 자체로도 행복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이씨. 자존감. 이놈의 자존감이 또 문제였다. 누군가 옆에 있지 않아도, 행복해한다는 건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저런 취미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꽤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가 바쁜 시간대만을 골라서 취미활동을 즐겼다. 결국, 난 즐기고 있던 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혼자 하는 게 많다고 해서,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은 아닐 텐데.

에휴-. 이렇게 나는 또 나에 대해서 알아간다. 주변에서 연애 강의 같은 거 보면,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연애는 하지 말라고들 하던데. 어떻게 그는 사라져 가는 내 자존감을 찾아내고, 키워줄 수가 있나. 이런 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나. 오랜 고민 끝에, 어렵게 담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고마웠다. 그는 나를 생각하고 성장하게 한다. 이러니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

오늘도 편의점에 갔다. 음료 코너를 쓱- 훑었다. 가장 먼저 1 + 1인 상품을 고르며 생각한다. 그 모습 그대로의 완벽한 1이 돼야겠다고. 그렇게 행복한 2가 되어야겠다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