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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민석 Oct 04. 2023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다듬는 이유.



 글을 씁니다. 벌어먹기 위해 씁니다. 나 혼자를 영위하기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니다. 글을 씁니다.


 누구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는 자신의 생각을 고찰시키기 위해, 누구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씁니다. 저 역시 그런 이유로 글을 쓰고 고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벌어먹고 싶어 글을 씁니다. 언젠가는 벌어먹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벌어먹는다는 것은 타인의 돈을 나의 주머니에 넣는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아마 벌어먹는 것일 텝니다. 그 무거움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쓰지 않습니다. 벌어먹는 것은 숭고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생명이 있었습니다. 현실이라는 이유 앞에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내가 더 많은 것을 벌어먹는 사람이었다면, 달라졌을까하는 죄책감이 듭니다.


 그래서 타자를 두드립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벌어먹기 위해서 글을 쓰지만, 동시에 함께 먹고 사려고 글을 씁니다.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나의 글이 당신의 지갑을 터는데 실패한 탓일 겁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씁니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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