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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도기 Dec 29. 2020

컨트리 음악을 들으면

feat. Bluegrass 

가족 영화를 보면 보통 십 대 자녀가 부모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면 반드시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하거나 먼산을 바라본다. 부모와 소통을 하기 싫어서, 또는 본인의 불만을 은연중 표현하기 위함을 연출하는 듯하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나는 가족 여행을 가면 대부분 이어폰을 꼽고 여행을 하는 분류다. 

부모와 소통하기 싫은 것도, 중2병도 아니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과 말 한마디 더 하고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지만 나는 여행을 귀로 추억을 담았다.


어떤 이는 여행을 갔다 오면 꼭 공항 면세점에서 향수를 사 온다고 한다. 그 향수를 맡으면 그 당시 기억들이 잘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도 뇌와 가장 가까운 감각이 바로 후각이다.  가장 기억이 오래 남기려면 냄새를 많이 맡는 게 해답일지도.


나는 후각 대신 차선의 선택을 했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다. 먹는 건 잘 가리지만 음악은 안 가린다. 애플 뮤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러 나라 음악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이슬람 기도 노래를 듣다가도 영화 사도의 '만조상해원경'을 듣기도 한다. 기초 화성학은 바흐의 '메시아'로 배웠다. 


미국에 거주하기도 했고 동부, 서부 가르치지 않고 오만 곳을 다 여행하다 보니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컨트리 음악에 빠져버렸다. 사실 내가 살던 켄터키는 Bluegrass라는 컨트리 음악 장르의 본고장이어서 많이 익숙한 상태였다. 


지금도 직장으로 가는 길에 컨트리 탑 히트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고속도로를 타고 있으면 미국에서 로드트립 하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심지어 하늘이 도와 멋진 노을이 펼쳐질 때는 모든 추억이 지금을 위해 기억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 순간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Fully imbed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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