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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seok oh Aug 26. 2019

뛰는놈 밑에 걷는놈

독일에서 뿌리 내리는 삶

식곤증이 서서이 몰려오던 오후 3시쯤 아내에게 뜬금없는 카톡문자가 하나 왔다.

우연히 읽게된 글인듯 싶었는데, 평소 나에게 그런 링크의 글을 보낸적이 없었기에 무슨 중요한 글인가 싶어 잠도 깰겸 링크를 열어 읽어 보았다.


링크의 글은, 독일 이민을 극구 반해하는 상당히 공감을 하면서도 공감되지 않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아마 최근 격게된 독일에서의 부당했던 경험을 기초하여, 독일이민의 어두운면을 일반화 시키는듯 싶었다.


자, 내 소개를 짧게 하자면 난 올해로 독일에 온지 13년차다.

학업을 위해 왔다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며 결국에 독일에 뿌리내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 "뿌리내림"을 시작한지는 고작 이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이전의 십년은 바람에 날리는 들풀 씨앗처럼 정처없는 삶이 었다고나 할까...


다시 링크로 읽게된 글로 돌아와...

나는 글쓴이가 겪은 부당한 사건들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나는 과연 다른이에게 독일에서의 삶, 혹은 독일이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런지 스스로 궁금해졌다.


감기가 걸려 콧물을 줄줄 흘리는 21개월 나이의 딸아이를 아내와 내 사이에 누이고 나니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뛰는놈 밑에 걷는 놈"...


독일은 많은 부분에서 속도가 느리다.

인터넷을 한번 개통하려 해도, 병원에 진료 한번 받으려 해도, 관공소에서 뭐하나 해결하려고 해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한국인의 시선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라일 것이다.

아니 선진국이 뭐 이래! 하면서...


그러면서 걷는놈 위의 뛰는 놈,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이 보통  인정받는 한국 사회와는 달리 독일에서의 삶의 템포는 "걷는 놈"위주로 맞춰져 있다.


내 삶의 템포도 어느덧 달음박질 치던 독일에서의 처음 10년동안의 삶에서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 느긋히 걷는것에 맞추어지고 있는듯 하다.


아직 더 걸어 봐야 하겠지만, 삶의 템포를 걷는것에 맞춘다는 것은 많의 의미가 있는듯 하다.

먼저,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조금 부족한 사람일 지라도 이런 삶의 템포 속에서는 다른이와의 큰 격차나 비교없이 살아 갈 수 있다.

또 한,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인가를 "빨리" 성취하기 위한 피터지는 경쟁이 적다.

그리고 이런 느려진 삶의 속도는, 한살이라도 먼저 태어난 이를 존대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나이에 있어 느슨한 위계를 형성 시키는 듯 싶다.


내가 너무 미화하여 표현한듯 싶기도 하다.

물론 이 곳에서도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당연히 더 많은 것을 "소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삶이 추앙받지는 않는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 독일이민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들 한다.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 하지만 외식보다는 알뜰히 집에서 요리해서 먹기를 자신할 수 있는 사람.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크게 부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싱샹숑"을 외치며 지나가는 길에 나를 놀리는듯한 아이들을 보고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 사람. 나를 닮은 아이가 긴 오후를 학교가 아닌 자연과 집에서 놀아도 조급함이 밀려오지 않을 사람. 가끔은 의류매장이 아닌 일반마트에서 파는 저렴함 옷을 사서 입어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 스스로를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 기꺼이 뛰는 놈 밑의 걷는 놈으로 살고자 하는 분 이라면 독일 이민을 권한다.


흠... 이런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살아도 행복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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