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민승 Jun 20. 2016

사이드 프로젝트 예찬론

사이드 프로젝트 덕분에 취직한 이야기

4개 이상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운영 중이다. 


유학 시절 가장 인상 깊은 특강이었던 Swiss Miss 의 영향을 받아 시작하였다. 

Swiss Miss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로 본래는 프리랜서였는데

사이드로 운영하던 디자인 블로그 가 방문자가 꾸준히 늘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디자인 블로그는 그녀에게 시작일 뿐이었다. CreativeMorningsTeuxDeuxTattly, Friends 등의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씩 늘려가는가 싶더니, 본업보다 많은 시간 투자와 수입이 생기게 되었고, 몇 년 전부터 아예 풀타임 직업을 그만두고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들만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모든 사이드 프로젝트들은 처음에는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고, 그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남는 시간에 운영하는 것 이었다는데 있다. 그녀의 여러 인터뷰나 강의는 여기를 참고 


심장이 쿵 울릴 정도로 인상적인 특강이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는 안드로이드 앱 패턴을 모으는 것 이었다.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 중 안드로이드를 쓰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일 정도로 디자이너=아이폰이 공식화된 시절이었다. 게다가 2012년 당시 안드로이드 디자인은  iOS와 대비해 별로 세련되지 않았고, 그 조차 참고할만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 어차피 나 스스로도 리서치 삼아 여러 앱들을 다운로드하여 쓰고 있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내가 쓰고 있는 앱들의 캡처해서 올리는 정도의 수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든 것이 안드로이드 앱 패턴을 모아논 사이트인 androidux.com

사실할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당시 수업을 이끌던 Gary 와 Christina의 조언도 한몫했다.


Fuck it, Ship it! 


 한동안 내 책상옆에 붙어있었던 Fuck it. Ship it. 일단 지르는거다. 



사이트를 만들고 얼마가 지난 후 방학이라 인턴을 구할 겸 이곳저곳 인터뷰를 보러 다녔는데, 그중 한 엔지니어가 이미 나의 사이트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 당연히 인터뷰 분위기는 좋아졌고, 나는 생각보다 손쉽게 첫 미국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미국에서의 첫 직장까지 가져다준 셈. 

그 후에도 Reddit / Smashmagazine 같이 미국 내 사이트에 여러 차례 소개되고 퍼 저나 가서 꾸준히 방문자가 있는 편이다. 


첫번째 사이드 프로젝트이자 최초의 안드로이드 앱패턴 사이트인 androidux.com. 전세계에서 방문자가 꾸준한 편이다.




한번 재미를 들렸더니 다음 것을 찾는 것은 더 쉬웠다.

어릴 적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기에, 늘 관련 사이트를 들락 거리는데, 직업병 때문에 자동차 UX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계속 보다 보니 회사마다, 시대마다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아 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만들게 된 사이트가 바로 car-ux.com이다. 관련한 사이트가 전무하다 보니, 몇 번의 트윗 외는 홍보를 따로 안 했음에도,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여, Product Hunt / Gigazine 에 사이트가 소개되며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게 되었다. 심지어 사이트를 팔라거나, 관련 콘퍼런스에 연사로 와달라는 메일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기도 할 정도. 최근 WhatsApp에 인터뷰를 보면서도 이 사이트는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WhatsApp 창업자 중 한 명이 자동차 광팬이었기 때문. 덕분에 인터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통 관심사인 자동차로 넘어가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다.  


두번째 사이드 프로젝트인 car-ux.com 자동차 인테리어 패턴을 모아논 사이트이다.



세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인 faceofcars.com 은 자동차 정면샷을 모아논 사이트이다. 

어린 시절부터 모든 차에는 얼굴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모아 놓으니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사실 car-ux.com을 관리하기 위해 사진을 모으다 보면 자동차 정면샷 사진들도 같이 모아 지기에 관리하기 아주 편한 사이트이다. 즉 사이드 프로젝트의 사이드 프로젝트 인 셈. 


faceofcars.com 자동차의 얼굴들을 모아보았다. 브랜드별로 / 시대별로 재미있는 패턴들이 보인다.


이외에 뉴욕에서 공부하는 동안 매일 사진을 한 장씩 올렸던 New York Everyday 도 운영하면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었고, 현재까지도 사진이 여기저기 퍼져 나가고 있다. 게다가 뉴욕에 살았거나 / 가봤거나 하여 뉴욕에 호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자연스럽게 아이스 브레이커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뉴욕에서의 365일을 담았다. 매일 사진을 올린다는것. 만만치 않았다. 



물론 모든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절친과 함께 만들었던 디자인 정보 공유 사이트 crit.kr은 흥미?를 잃어 몇 달째 방치되어 있고, 나름 New York Everyday 의 후속이자 실리콘 밸리 입성 기념으로 시작했던 Yahoo Everyday 는 일주일 만에 소재 고갈?로 개점휴업상태이다.


crit.kr / 미국에서 전하는 디자인 크리틱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아쉽게도 방치상태 ㅠㅠ





이런걸 다 언제만들었고 관리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처음 사이트를 구축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x분만 투자하면 될 정도로 운영에는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나의 생활 패턴이었던, 이것저것 앱을 다운로드하여 써본다던가, 자동차 사이트를 다니다 보면, 약간의 수고로도 운영이 되기 때문. 

일부 사이트들에는 광고를 달아놓긴 했지만, 운영비 정도가 빠지는 수준일 뿐, Swiss Miss처럼 아직 직장을 대체할 만큼의 수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덕분에 구직 활동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이 된 것만 감안하더라고 이들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자산은 그 가치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권한다. 작은것부터 무언가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고. 



티스토리에 작성했던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